'최악실적' D램업계, 100원 팔면 50원 손해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9.02.05 10:30

삼성電 -14%가 그나마 최고… 가격 반등기대, 각국 정부지원 움직임이 변수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세계 D램 업계가 최악의 4분기 실적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영업손실률 50%가 보통이고 아예 실적 발표를 못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실적만 보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산업을 구제하려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변수다.

◇영업손실률 14%가 최고 실적= 5일 업계에 따르면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D램 업체들이 모두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영업손실률 14.3%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실적일 정도다.

하이닉스는 이날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512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8%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78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적자는 지난 2001년 4분기 -5640억원(해외 부문 제외)을 넘어서는 최대 규모다. 영업손실률은 51%에 달한다. 전분기 25%의 2배다.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1조9000억원에 달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마이크론, 대만의 난야 등 해외 D램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이크론은 1분기(2008년 9~11월) 매출 14억200만달러에 6억7200만달러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률은 하이닉스와 비슷한 47.9%였다.

대만 난야는 아예 4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을 넘어섰다. 매출 61억3400만 대만 달러에 영업손실은 64억7600만 대만달러로 영업손실률은 105.6%에 달한다. 마이크론과 난야가 최대주주로 있는 이노테라도 분기 영업손실률이 57.9%에 달했다.

파산 신청을 한 독일의 키몬다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을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고 대만 파워칩과 프로모스도 예년에 비해 분기 실적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4분기에 본사기준으로 5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7년만이다.


◇D램 가격 바닥 확인..각국 정부 지원이 변수= 대폭적인 적자가 누적되면서 D램 업계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독일 키몬다가 파산을 신청해 가장 먼저 손을 들었고 파워칩, 난야, 프로모스 등 대만 반도체 업체들도 이합집산이 논의되고 있다.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인 D램 가격도 연초 현물가격을 중심으로 상승해 '최소한' 바닥은 확인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D램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앞서 D램 시장이 본격 반등할 경우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D램 가격이 본격 반등하기 위해서는 수요 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초 반등은 수요 측면 보다는 감산을 통한 공급량 조절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아울러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본격적인 반등을 앞당기고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D램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불사하는 극단적인 경쟁을 지속하면서 D램 시장이 성장성이나 규모에 비해 생산 능력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1995년 408억3000만달러에 달했던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는 238억 82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각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 움직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기업이나 생산 설비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질 경우 D램 업계 전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D램 업계 3위인 일본 엘피다는 수백억엔 규모의 공적자금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고, 프로모스와 파워칩 등 대만 D램 업체들도 정부에 공적자금을 요청한 상황이다.

대만 정부는 금융권과 협의 하에 D램 업체들을 대상으로 부채 상환을 연기해주는 한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이들 기업에 대한 인수를 추진할 경우에 인수비용을 낮춰주는 등 인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지금 세계적인 산업재편의 거대한 소용돌이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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