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고민..3150억訴 딜레마

더벨 문병선 기자 | 2009.02.05 08:05

2조원 넘는 산은 차입금 부담..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연기할 듯

이 기사는 02월03일(11: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책은행을 상대로 이행보증금(3150억원) 반환 소송을 검토하겠다던 한화그룹이 ‘송사 후폭풍’을 염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3150억원이라는 거금 중 일부라도 돌려 받고 싶지만 실제 소송전(戰)에 돌입하게 될 때의 각종 책임론과 국책은행과의 부자연스러운 관계 조성 등은 또 다른 부담이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 가능 기간이 5년이고 다급하게 결정될 사안이 아니어서 아마 상당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산은의 정책자금을 적지않게 사용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국책은행과 불편한 관계가 생기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현대그룹을 거론할 수 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14대 대선에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썩은 정치를 바로 잡겠다"며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그룹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정도로 큰 시련을 겪었다. 실제 92년말 대선기간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산업은행의 설비 자금 대출은 1년 가량 끊겼다가 재개됐으며 각종 해외증권 발행도 금지된 바 있다.

물론 한화그룹의 경우를 당시 현대그룹과 직접 비교하기 무리한 측면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현대그룹처럼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대출상환 압박이나 다른 조치를 경고한 적이 없어 산은의 정책자금 때문에 한화그룹이 소송을 못한다는 가설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이나 한화그룹에게 국책은행의 ‘무게감’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수록 각종 크레디트 라인 확보는 물론 국내외 채권 인수 등 유사시 최종 대부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은행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정서가 두 그룹 모두에 존재한다.




한화그룹 계열 4개사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사용중인 장·단기 차입금(2008년 9월 기준)은 1조5667억원 가량. 금리를 1%포인트씩 올리기만 해도 매년 150억원씩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는 훨씬 더 많다. 산업은행 내부 자료에 따르면한화그룹에 대한 총 익스포저(exposure)는 약 2조4000억원으로 이중 실제 사용되고 있는 자금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반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이행보증금 환수소송(3150억원)에서 승소하더라도 돌려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절반(1575억원)을 넘지 않는 다는 게 법조계의 추정이다.

1575억원의 자금을 돌려받고 싶지만 총 2조원의 산업은행 여신리스크가 더 크게 다가오는 셈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매각 지연에 따른 책임론도 작용했다. 자칫 송사가 장기화되면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지연에 따른 공적자금 회수 지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여론의 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래저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게 금융계 시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화그룹 뿐 아니라 산업은행도 송사에 휘말리는 걸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쪽 모두 중재를 통한 해결을 원하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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