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업계 "채안펀드 겉돈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2.05 16:00
-우량 여전사 '평판 리스크' 우려 채안펀드 외면
-지원 필요한 곳은 절차 까다로와 못받아

신용카드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트여 줄 것으로 기대됐던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가 겉돌고 있다. 정작 자금이 필요한 업체들이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때문이다.

◇우량업체, "이젠 자체조달"= 5일 여전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 출범이후 여전사들이 받은 자금은 모두 3000억원으로, 애초 목표인 5000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이 가운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롯데카드, 신한카드가 모두 1000억원 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 'AA-'이상인 이들은 그러나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해 채안펀드에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채안펀드에서 200억원을 지원받은 현대캐피탈은 올 들어 3600억원 규모의 여전채를 발행했다. 이는 채안펀드가 전체 여전사에 지원한 것보다 크다. 우량 업체들은 최근 발행금리가 하락세를 보이자 채권 발행을 잠시 유보하는 여유도 부리고 있다.

◇은행계도 채안펀드 외면= 은행계 캐피탈사들도 채안펀드를 기피하는 모습이다. 신용등급이 'AA-' 미만인 경우 채안펀드에 별도의 신용보강을 해줘야 하는 탓이다.

이들 은행계 캐피탈사는 채권시장에서 '러브콜'까지 받고 있다. 이들의 여전채 발행금리는 현재 연 6~7%로, 국고채 3년물(3% 중반)의 2배 높은 수준이다. 모회사인 금융지주나 은행에서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포인트다.


기은캐피탈은 최근 증권사에서 여전채 발행 문의를 잇따라 받고 있다. 모 회사인 기업은행이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한도 대출을 해 주면서 필요한 경우 2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한 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개인적으로 1억원 규모의 기은캐피탈 CP(기업어음)를 매입한 것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기은캐피탈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서 여전채와 CP 발행 여부를 문의해 오고 있다"면서 "기업은행의 지원 방침으로 시장의 신뢰가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우량사, 여전한 자금난= 그러나 신용등급 'A+' 이하의 비은행계 여전사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캐피탈 업체는 자금 수혈이 안돼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대우캐피탈, 두산캐피탈, 효성캐피탈, 우리캐피탈등은 채안펀드에서 각각 30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지원을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나머지 업체들은 아예 채안펀드의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할부리스 팩토링금융 신기술투자 기업일반대출 등 다양한 금융지원을 해 온 여전사들이 자금조달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반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3. 3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4. 4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