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화된 유동성, 언제 어디로 움직일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2.04 15:34

증시, 위험자산으로 이동시기 관심..주식은 맨 마지막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여온 증시에 슬슬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각국 정부가 풀고 있는 막대한 규모의 돈이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다.

풍부한 유동성은 증시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고 펀더멘탈의 개선 신호가 나타나면 증시를 강하게 상승시키는 동력이 된다. 물론 아직 유동성이 실물자산으로 이동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이동의 조짐을 찾는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다.

◆풀린 유동성, 단기 부동화= 시중의 유동성은 상당한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미국의 M1 통화는 지난해 12월 전년동기대비 17.2% 증가해 1960년대 이후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M2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M2는 2007년 말 1197조원에서 지난해 11월말에는 1426조원으로 229조원(19.1%) 늘었다.

문제는 시중의 유동성이 이동하기 보다는 부동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쏠린 돈은 1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부동화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장기채권에서 대규모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단기성 자금에 4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이 발생했다. 안전자산에서 빠져 나온 자금의 상당 부분이 단기성 자금으로 부동화됐다는 의미다.

시중 유동성이 MMF에 몰려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이동할 준비는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증시로의 자금유입 가능성과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증시 시가총액대비 MMF 금액의 비중은 현재 0.18배로 99년 이후 평균치인 0.13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적어도 유동상 장세를 위한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여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과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2%대에 진입하는 등 시중금리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MMF로의 자금 유입은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의 이동 경로= 핵심은 부동화된 자금이 언제, 어떤 경로로 이동하기 시작할 것인지다. 부동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더라도 주식 시장은 맨 마지막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량 회사채, 부동산이나 오일 등으로 이동한 후 주식 시장으로 옮겨온다는 것.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경기 침체 이후 회복단계에서 금→오일→부동산→주식 순으로 유동성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부동화된 자금이 이동할 경우 그 첫 타깃은 회사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저금리 지속으로 채권과 주식의 배당수익률간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은 회사채의 투자 매력도는 높기 때문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존망의 위기를 넘긴 은행이나 구조조정의 칼날에서 빗겨난 회사채의 금리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 아직까지는 회사채 상품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금이 주식형 펀드나 고객예탁금으로 유입되면 좋겠지만 주식 관련 자금은 주가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해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도 자금순환 측면에서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가 최근 4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고 잇따르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바닥 신호, 그리고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최근 국내 일부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유신익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기침체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국내 자산가격 상승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의 일시적 상승세는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를 완화시키고 주식 매수세 유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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