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모욕죄 '개인보호'VS'표현의 자유침해'

심재현 기자, 조철희 기자 | 2009.02.05 09:43

[쟁점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를 시작하면서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 사회개혁법안 처리를 재천명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사회개혁법안은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며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회개혁법안은 '사이버모욕죄', '복면시위금지법', '떼법방지법' 등이다. 모두 불특정 다수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반민주 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발의된 이들 법안은 최근 '미네르바 구속', '용산 철거민 사망 사고' 등과 맞물리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개혁법안과 관련,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의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들어봤다.
 
-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필요한가.
▲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 강승규 의원(이하 강 의원) = 인터넷 공간이라고 해서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성역은 아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인터넷상의 욕설과 비방은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현실 생활에 비하면 피해가 인격 살인에 미치는 정도다. 인터넷의 역기능을 예방하고 참여와 소통의 순기능을 발전시키자는 것이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려는 취지다.
 
▶ 전병헌 의원(이하 전 의원) = 사이버모욕죄가 악성 댓글에 대한 구제제도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사이버모욕죄는 국가 공권력이 언제든 개입해 네티즌을 처벌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의 여론 통제를 위한 법이다.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되면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여론 형성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하고 싶은 말도 맘대로 하지 못하는 '침묵의 사회'를 강요하는 법이다.
 
- 인터넷 여론 통제용이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친고죄 규정이 없는데.
▶ 강 의원 =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됐다. 인터넷상의 비방은 피해 확산 속도가 빨라 피해자의 신고를 기다려 수사하면 뒤늦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는 있어도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친고죄가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미 관련해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로 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처벌보다는 피해 확산 차단에 중점을 뒀다는 얘기다.
 
▲ 전병헌 민주당 의원
▶ 전 의원 =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 신설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 확대, 인터넷 포털의 모니터링 의무화 강제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제 강화, 네티즌에 대한 직접 통제, 포털 사업자를 통한 간접 통제 강화 등이 목적이다. 특히 친고죄 규정을 없애 사정당국이 임의로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 남용의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나 정부, 특정 대기업 등에 대한 비판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 악성 댓글은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과잉 입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강 의원 = 인터넷상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비방을 그대로 방치하면 '참여와 소통의 공간'은 언제든 '쓰레기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본인확인제도 논란이 많았지만 실시 이후 악성 댓글이 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 전 의원 = 현행법으로도 개인의 자존감을 해치는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 제307조 제1항 일반 명예훼손죄 및 제2항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등의 규정이 있고 인터넷 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일반 명예훼손죄 및 제2항 허위사실 명예훼손죄 등도 있다. 그런데도 사이버공간에서 모욕죄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과잉입법이다.
 

- 명예훼손에 비해 사이버모욕죄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 강 의원 = 현재는 형법에 따라 모욕죄에 대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새롭게 모욕의 기준을 정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의 특수성을 감안해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사법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고 본다.
 
▶ 전 의원 =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리적 해석은 다르다. 사실의 적시가 수반되는 명예훼손과 달리 모욕은 그야말로 주관적 의견 표명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다. 주관적인 의견 표명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어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미 대법원은 여러 판례에서 명예훼손이 아닌 단순한 의견표명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현행법의 모욕죄도 사실상 대부분 국가에서 사문화됐다.
 
- 이 질문은 강 의원에게만 하겠다. 고 최진실씨 사망을 계기로 사이버모욕죄 논의가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미네르바 구속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이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어떤 영향을 줬나.
▶ 강 의원 = 미네르바 사건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것으로 사이버모욕죄와는 내용도 목적도 다르다. 사이버모욕죄는 개인간의 모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부과하려는 것이다. 모욕 행위와 관련 없는 미네르바 사건을 연결시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 '여론통제용'으로 몰아가는 것은 미네르바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 이번에는 전 의원에게 묻겠다. 사이버명예훼손 관련 사건이 2005년 3600여 건, 2007년 4800여 건으로 2년새 30% 이상 증가했다. 네티즌의 자율정화 등에 기대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 전 의원 = 사이버명예훼손 사건이 증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인터넷 문화가 성숙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거나 훼손되었을 때 이에 대한 고소, 고발 등으로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을 거쳐 인터넷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화돼가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만큼 인터넷상에서 인권 의식, 명예 의식도 발전한 것이다. 단순히 관련 사건의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엉뚱한 처방이다.
 
- '복면시위금지법'으로 불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해외 사례와 비교해 타당한가.
▶ 강 의원 = 민주당이 '마스크 처벌법'으로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평화집회에서는 마스크를 써도 처벌하지 않는다. 불법폭력 시위에서 복면을 착용하고 폭력을 휘두르면 처벌한다는 것이다. 이미 17대 국회에서 지금의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미국,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시위 중 복면 착용 금지가 제도화돼 있다. 미국, 스위스에선 헌법 합치 결정도 나왔다. 이번 법안은 신분을 위장한 폭력 행사를 막아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 전 의원 = '금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국민이 당연하게 누려오던 자유와 민주주의적 권리조차 금지하려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경찰이 집회·시위의 위법성을 임의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복면을 쓰거나 질서유지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과잉입법의 또 다른 사례다.
 
- '떼법방지법'으로 불리는 '불법 집단행위에 관한 집단 소송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강 의원 = 불법시위 피해가 연간 12조원에 이른다. 범법자에겐 책임과 처벌이, 선량한 피해자에게는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 '떼법방지법'을 도입하려는 목표다. 다수의 피해자가 일괄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적법한 집회·시위 문화의 기반을 구축해야 진정한 민주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 전 의원 = 집회의 자유는 생명권 다음으로 중요하다. 헌법상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금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