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독(毒)이 된 경영컨설팅

더벨 김민열 기자 | 2009.02.04 09:15

[컨설팅의 명암]②맥킨지에 맡긴 전략 컨설팅이 정보유출 부작용으로

이 기사는 02월02일(13: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2002년 2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DSME) 사장 발의로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이 가동됐다. 세후 순이익 기준으로 3년 연속 세계 조선업계 1위를 기록하던 DSME는 “잘 나갈 때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맥킨지는 이후 2년여 동안 DSME의 중장기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2009년 1월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 당할 무렵 대우조선 경영진들과 자금부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의 상당수 비밀 정보들이 외부에 적나라하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1년 여동안 진행된 매각이 무산될 상황에서 뒤늦게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 맥킨지가 GS, 두산, 한화 등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대우조선 인수에 관한 컨설팅 일감을 모두 따낸 비결은 무엇일까. 아무리 세계적인 업체라고 해도 동일 회사에 대해 서로 다른 후보들이 요청을 하는 것은 업계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DSME 경영전략 작업을 수행했다는 ‘트랙 레코드’ 때문이란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통상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한국 오피스는 해외 선진국에서의 경험으로 구축된 정보저장소(Archive)를 활용한다. 하지만 다른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조선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 업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입장에서 고용 성과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지난 한해동안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해 주문자에게 인도한 선박 물량은 세계 전체 물량의 37%(1490만CGT). 전세계에서 건조된 선박 3척 가운데 1척을 국내 업체가 만든 셈이다. 글로벌 톱 5가 모두 한국 기업일 정도로 조선업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절대적이어서 DSME의 전략컨설팅을 했다는 이력은 업계에서는 지적재산권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했다. 자연스레 맥킨지의 몸값도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맥킨지가 처음부터 DSME에 대한 용역에 흔쾌히 응한 것은 아니다. 2006년초 두산이 DSME 인수를 위해 맥킨지를 고용하려 했지만 거절 당했다. 관련 프로젝트가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차이니즈월 등 업계 룰을 무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GS의 경우 차선책으로 인수 후 통합(PMI)에 강한 BCG를 고용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두산에 선수를 놓쳤다.

GS가 맥킨지를 접촉한 것은 2007년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돌아온 답변은 “프로젝트가 종료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GS의 한 관계자는 “맥킨지측에서 도의적으로는 지적 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며 “법적하자가 없다고 해 DSME에 투입됐던 파트너를 중심으로 팀이 가동되다 프로젝트 진행 중간에 해당 파트너가 교체되는 해프닝이 생겼다”고 말했다.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최소한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맥킨지(내부 컴플라이언스 로이어)의 결단이었다.

매각 예정인 DSME에 이어 잠재적 투자자인 GS를 고객으로 두며 조선업에 대한 경험을 축적한 맥킨지는 이후 과거 고객의 불만 제기에도 불구하고 두산과 한화그룹 자문까지 수행했다.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킨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피했으며 자료 확보에 있어서도 최대한 도덕적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매각대상회사와 인수 경쟁사 3사 모두를 전전하며 영업을 한 데 대한 도덕적 비난은 감수해야 할 몫이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임원은 "한화그룹과의 매각이 결렬될 시점에 만난 컨설팅 업체 관계자가 세부 내용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며 "회사 임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내부적으로 보안유지를 당부했는데 이런 내용까지 흘러가더라"며 답답해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회사의 미래 경영전략을 짜기 위해 맡긴 경영 컨설팅이 회사의 핵심 정보를 외부로 노출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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