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무더기 거래정지 사태 예고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정영일 기자 | 2009.02.04 07:00

심사기업 되면 거래정지… 거래소 4일시행 퇴출심사제에 숨은 뜻

부실 상장기업을 이용한 폭탄돌리기, 불공정거래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거래정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거래소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퇴출실질심사제도와 관련, 퇴출심사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는 즉시 해당기업의 주권을 매매정지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횡령.배임, 분식회계 및 상습적 불성실공시법인, 형식적 증자를 통한 퇴출모면행위 등 실질심사대상 원인이 발생한 기업중 그 폐해가 큰 기업이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부실 상장기업에 대한 무더기 거래정지 사태가 예상된다. 부실기업 퇴출에 목말라있던 코스닥시장의 경우 그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정지 카드가 향후 한계기업 퇴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거래소의 '비밀병기'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퇴출이라는 법적분쟁을 피하면서 퇴출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으로 퇴출작업이 질질 늘어지다보면 그 효과가 떨어지고, 퇴출의지도 약화됐던 게 사실이다.

이른바 핸드볼경기에 있는 2분퇴장, 4분퇴장, 완전퇴장 등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퇴출경계선상에 있는 모호한 기업에 대해 바로 거래를 재개토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기간을 주고 사유를 해소토록 압박할 방침이다. 상장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는 물론 개선기간, 매매거래정지 여부 및 기간 등을 결정토록 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부실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폭탄돌리기'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 거래소의 의도다. 거래정지를 통해 폭탄이 남의 손으로 넘어가기 전에 폭탄이 터질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부실기업을 둘러싼 머니게임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퇴출에 해당하는 사건 발생시점과 실제 퇴출시점까지의 과정에는 각종 불건전 행위가 횡행했다. 주식투자자들도 이에 편승, 머니게임에 나섰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경우 주가가 100원을 밑도는 기업이나 부실이 심각한 회사의 경우에도 재료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실기업들을 둘러싼 계속되는 인수.합병(M&A)으로 한해에도 수차례 사명이 바뀌고 있다.

이번 거래정지 카드는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머니게임을 하거나 단타매매를 했다가는 자칫 상당한 기간 주식매매가 정지되거나 거래정지 상태에서 곧바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퇴출 결정과 마찬가지로 '거래정지'를 둘러싼 기업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퇴출이라는 카드와 함께 병행 사용하게 될 '거래정지'라는 카드는 향후 시장의 옥석가리기 작업에 속도를 내게 함으로써 시장의 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퇴출기준을 강화하는등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형식적인 퇴출모면 행위 등으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한계기업이 많았다"며 "앞으로 거래정지 카드라는 사실상의 사전 퇴출카드를 통해 적극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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