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라운드로 접어든 신용 리스크와 환율

더벨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  | 2009.02.04 13:30

[Market Insight]

편집자주 | 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02월03일(16: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해 10월 29일, FRB와의 통화스왑 체결은 우리 금융시장에 뜻 깊은 사건이었다. 통화스왑 체결 이후에도 12월 초까지 외화유동성에 대한 불안이라는 망령이 금융시장을 배회했으나 국제 외화자금 경색이 개선되고, 한·중·일 통화스왑 한도까지 확대(12/12)되자 비로소 통화스왑 체결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올 들어 단기 FX 스왑 포인트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적어도 금융기관간 단기자금사정은 크게 호전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한 것 같다. 지난 해 환율 급등의 결정적인 요인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부족과 함께 소외 국가 부도 리스크까지 확대시켰던 외화유동성 부족 우려였다. 그에 비해 최근의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1월중 무역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작년 10월부터 경상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둔화도 뚜렷하다. 스왑가격의 회복(달러 조달비용의 대폭 감소)은 외화 부족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델에 의한 적정 환율의 산출이라도 주관을 배제하기는 힘든 법이다. 필자는 2006~2007년 원화의 고평가와 최근 주변 통화의 환율변동률을 고려할 때 1200원을 달러/원 환율의 오버슈팅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 분기점을 하회하는 계기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전 세계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국제 신용 리스크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전폭적인 금리 인하로 작년 10월 10일을 고비로 축소되기 시작했으나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으며, 경기에 대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는 미국의 본원통화와 은행들의 초과지준 예치 규모의 추이다. FR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은 개선되었으나 그 돈이 실물경제로 전혀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 자체가 문제가 되었으나 이제는 정부가 보강해 준 유동성이 금융기관 내에서만 머무르고 있어 실질적인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는 국면으로 전환됐다. 즉,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유발된 유동성 리스크가 경기 침체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본질적인 신용 리스크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급한 유동성을 확보한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민간 섹터의 부실이 확산될수록 이는 금융기관의 리스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조달 비용이 작년 말에 비해 크게 낮아졌으나 여전히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이유다.

일시적인 유동성 리스크는 금융자산 가격에 심각한 하강을 초래하는 한편 회복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비근한 예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3년 3월 모기업의 분식 회계 사건이 촉발했던 외화자금난이 그랬다. 하지만 이미 본질적인 신용 리스크 확대 단계로 접어든 이상, 시장 가격의 하강 속도는 더딜지언정 회복 속도 역시 예상외로 느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상반기 경기 바닥을 확인한 후 하반기에 완만하게 회복되는 시나리오가 현재 시장의 대체적 컨센서스다. 유례없는 국제적 공조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미국의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에 버금가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그러한 전망의 근거일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 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어떤 경로로 회복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금융시장 가격 예측에 어려움이 크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는 기간이 길수록 본질적 신용 리스크가 다시 민간의 유동성 위험을 고조시켜 금융기관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보이기 전까지는 환율이 오버슈팅 구간을 상회하는 비교적 높은 레벨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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