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급등에도 환하게 못 웃는 이유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9.02.04 08:04

감산 효과로 가격 상승… 수요 여전히 부진, 구조조정 지연도 우려도

지난 20년간 반도체 시장은 약 4년 주기로 호ㆍ불황의 실리콘 사이클을 그려왔다. 미 대선과 맞물려 대선 직전에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구가했었다. '표심'을 의식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미 정부의 투자가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 대선이 치러졌는데도 반도체 경기는 끝없는 추락만 계속했다.

그러던 메모리반도체 D램 현물 가격이 연초 급등세를 타고 있다. 추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벌써 2배 가까이 뛰었다. 감산 효과에 더해 세계 D램 5위인 독일 키몬다 파산 선언에 따른 심리적인 효과까지 합해졌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D램 업체들의 반응이 조심스럽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반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신중론을 내놓는다. '미지근한' 상승이 되레 업계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한다.

3일 대만의 D램 전자상거래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제품인 1기가비트(Gb) 667메가헤르쯔(MHz) DDR2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4.6% 오른 1.13달러를 기록했다. 춘절 연휴 이후 첫 개장일인 전날에는 키몬다 파산 효과가 뒤늦게 반영되면서 하루동안 26%가 뛰었다. 지난 12월 중순 0.58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1개월반만에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최근 강세다. 삼성전자는 1월 중 8.2%, 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34.0% 급등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전날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이 5.6% 상승하는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반등 가능성에는 대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수요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본격적인 수요 확충 없이 공급 축소로 인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물 가격이 많이 올라 메모리업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거래선 가격도 어느 정도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PC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시해 추가 상승은 만만치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D램 가격의 단기적인 상승이 오히려 더블딥을 가져올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격이 원가 이상으로 오를 경우 다시 물량을 늘리는 업체가 증가해 재차 침체로 빠지는 형국에 대한 우려다.

키몬다의 파산 신청에 이어 대만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조정을 고민하다가 D램 가격회복 소식에 구조조정의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D램 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키몬다 파산 이후 대만의 난야나 파워칩 등 후발업체들의 확실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의 조기회복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양강 구조를 형성한 낸드 플리시 시장에 비해 D램 시장의 경쟁은 지나치게 심하다"며 "수요 회복없이 상승세가 이어지면 올해 D램 가격은 '전강 후약' 양상을 띨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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