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조달 부담 커지는 시중은행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2.03 16:47
-국책銀 고금리 조달 한몫
-얼어붙은 공모시장도 문제
-시중銀 지급보증카드 활용 가능성

시중은행의 장기 외화차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정부 보증 없이 5년 만기로 각각 20억달러를 차입한 것과 대비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외화조달이 늦어지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꼽힌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앞서 국책은행의 대규모 글로벌본드 발행 금리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프라이싱이 지나치게 높고 투자국가별로 금액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시중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럽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수은과 산은은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6%포인트 초반의 금리를 가산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해당 은행도 발행에 앞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동성부터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조달을 결정했다.

통상 시중은행이 공모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는 국책은행보다 높다. 시중은행들은 외화채권 발행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8% 이상의 고금리를 감당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모를 통해 소액만 조달하는 상황이다.


물론 국책은행의 고금리 채권 발행이 독이 되는 것 만은 아니다. 시중은행이 해외시장을 '태핑'(사전수요조사)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시장에 투자가가 있다는 것은 확인된 셈"이라며 "우리가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외투자자들의 몸사림이다. 지난해말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었지만 시기상조였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공모시장의 여건이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계 투자가들의 롤오버율이 낮고 수요는 정체여서 정부 지원폭이 축소된다면 은행의 해외 채권 발행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에 지급보증을 요청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경영권 간섭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은행권에 푼 외화유동성을 계속 회수하는 경우 지급보증 카드를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지난달 2차례에 걸쳐 은행권에 스와프 형식으로 빌려 준 27억달러를 회수했다. 오는 10일과 17일에는 수은이 입찰방식으로 공급한 18억 달러에 대한 만기가 도래하는데, 연장보다 회수에 무게가 실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4. 4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