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방송·신문 '한살림' 허용, 문제 있나

심재현 기자, 조철희 기자 | 2009.02.04 11:16

[쟁점법안 무엇이 문제인가]언론관련법

신문법과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을 둘러싸고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언론관련법이 기술 발전에 따른 세계적인 방송·통신의 융합 추세에 대비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되는 '경제 살리기' 법이란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재벌방송법', '방송장악법'이라고 주장한다.

핵심은 △신문사가 방송을 하지 못하게 금지한 신문법 조항을 폐지할 것인가의 문제 △신문사, 통신사,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금지한 방송법 규정을 개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은 지난 1980년 신군부가 도입한 것이다. 신군부는 여론 통제를 위해 이른바 '언론기본법'을 제정, 신문·방송·통신사 겸영을 금지했다. 관련조항이 개정되면 언론 통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이 28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언론관련법안의 핵심쟁점을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과 MBC 사장을 역임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으로부터 들어봤다.

▲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 신문·방송의 겸영, 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출이 필요한가.
▶ 나경원 의원(이하 나 의원) =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휴대전화, 인터넷, 인터넷 프로토콜(IP) TV 등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보급으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행 언론관련법은 아직도 방송과 통신, 신문을 따로 규제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은 기술 발전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또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국내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산업이 국제 경쟁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도 개정이 필요하다. 이제는 언론도 산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규모의 경제가 필수다.

미국의 타임워너 그룹은 지난 2007년 매출이 46조원에 달한다. KBS의 40배, MBC의 60배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미국의 드라마 '로스트'나 'CSI'는 편당 제작비가 각각 400만 달러, 150만 달러다. 우리는 '대장금'의 편당 제작비가 13만 달러였다. 콘텐츠 강화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 최문순 의원(이하 최 의원) = 엄밀히 말하면 현행 방송법이 신문의 모든 방송 진출을 막는 것은 아니다. 보도방송이 포함된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의 진출만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으로서의 방송사업은 이미 신문이든, 대기업이든 모두 하고 있다. 일간신문의 복수 소유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도 결국 거대 신문사를 중심으로 신문시장이 재편될 위험성이 높다.

- 여론 독점이나 편파 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떻게 보나.
▶ 나 의원 = 오히려 신문의 방송 진출을 막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론 독과점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언론재단의 영향력 평가에 따르면 KBS가 1위, MBC 2위, 네이버 3위, 다음이 4위로 4곳의 비중이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포털이 여론을 좌우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게 되면 다양한 논조의 방송이 가능해져 여론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을 20%만 보유하도록 제한을 뒀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언론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 최 의원 =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되면 신문과 방송을 모두 특정업체가 독과점해 여론시장을 지배할 위험이 있다. 규제를 완화하면 센 언론은 더 세지고 약한 언론은 더 어려워진다. 신문·방송을 차지한 큰 언론만 살아남는다면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신문과 방송을 소유할 수 있었던 때를 보자. 1960년대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 발생했을 때 삼성이 소유한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은 개인 비리라며 덮으려 했다. 대기업의 돈이 들어간 언론사가 어떻게 기업을 비판할 수 있겠나.

-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에 대한 생각은.
▶ 나 의원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언론관련법이 개정되면 일자리 2만1000여 개가 새로 생기고 2조95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일부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과장됐다고 하는데 방송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인원만 봐선 안 된다. 인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산업 등 방송과 관련된 산업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IPTV가 상용화되면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창업이 쉬워져 일자리 창출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 최 의원 = 지난 2007년 말 기준으로 방송산업 종사자는 2만9000여 명이었다. 2003년 이후 매년 줄고 있다. 방송광고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00억여 원씩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115억 원이나 감소한 점을 감안할 때 방송산업은 오히려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것인가.
▶ 나 의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신문·방송의 겸영을 원천 금지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10개국은 원천 허용하고 있고 19개국은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겸영 금지를 완화하면서 공익성 심사제도로 여론 다양화를 확보하고 있고 독일은 미디어간 교차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1개 사업자가 신문, TV, 라디오 중 2개를 소유할 수 있다.

▶ 최 의원 = 선진국들은 겸영을 허용하되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겸영을 허용한 뒤 여론의 과점과 소수 미디어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와 겸영 금지를 규정하는 소급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의 신문·방송 교차소유 금지 규제도 한번 풀면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나 의원 = 이번 개정안을 정쟁의 도구로 보기 때문에 실제 내용보다는 구호만 부각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새로 만들어진 잘 깔린 고속도로 위에 70년대에 만들어진 포니만 다니게 하는 상황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제는 낡은 칸막이를 제거해야 할 때다.

▶ 최 의원 =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재벌-언론권력-정치권력으로 이어지는 여론 독과점 구도로 이어지는 1단계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유도해 장기집권에 활용할 우려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방송장악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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