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정말 유동성 흡수 나섰나

더벨 황은재 기자 | 2009.02.04 09:43

[BOK Watch]재정자금 급증→ 과잉유동성 경계

이 기사는 02월03일(10:3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 일부에서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 규모가 점점 늘고 통화안정증권 잔액이 지난달부터 증가하고 있는 게 단초다.

한국은행이 RP 매각이나 통안증권 발행을 늘리면 금융권의 단기 또는 중기 자금은 한은으로 흡수된다. 당연히 시중의 유동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한은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유동성 완화 기조에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RP매각과 통안증권 발행으로 일부 유동성을 흡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한은의 변이다. 일시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지준 공급이 이루어져 일부 조정에 나섰을 뿐이라는 얘기다.

◇ RP 매각 규모 확대..통안증권 잔액 증가 반전

지난해 12월 13조원이었던 한은 정례 RP 매각 규모는 올해 들어 14조원, 16조원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9일에는 17조원에 이르렀다.

입찰에 까다롭던 한은의 태도도 변했다. 이전에는 전체 응찰액의 30% 수준에서 낙찰을 시켰다. 낮은 낙찰률은 돈이 남아돌면 한은 RP를 사지 말고 시중에 풀라는 은행에 대한 주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응찰액 대비 낙찰액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은행의 여유지준을 전보다는 확실히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통안증권은 2007년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환보유액이 급격하게 줄면서 연초 145조원을 넘던 잔액이120조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23조8770억원을 바닥으로 증가세로 돌아서 1월말 현재 130조707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은 RP 낙찰결과 : 단위 조원(좌) 배율(우), 출처 한국은행

*통안증권 잔액 : 좌(10억원), 우(10억원), 출처 : KIS채권평가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도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대목이 있었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공급 확대정책은 금리정책과 달리 정책효과가 거의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집행하기보다는 시장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한은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됐다.


조중재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통화완화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조정하기 위해 한은이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들어 한은이 단기 자금 잉여를 어느 정도 환수하려는 움직임이 발견되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확실해지는 시점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채권시장의 앞서간 기대를 다소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한·미 양국 중앙은행의 태도에서 확인된다"고 말했다.

◇ 한은 "기조 변한 것 없다"..재정자금이 터졌을 뿐

숫자로 드러난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펄쩍 뛰는 이유는 뭘까. 유동성 조절은 맞지만 완화기조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라는 게 한은은 반론이다. 올해 1월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워낙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RP매각과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자금시장에 따르면 1월중 집행된 재정자금 규모는 22조6000억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재정집행 확대를 위해 거래 계약을 체결했고 실제로 1월에 집행된 재정 규모가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한은과 외국환은행간 외환스왑 만기분 17억2000만달러가 상환되면서 원화자금으로 풀렸다. 또 외국인 증권투자자금도 4개월 만에 순유입됐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자금의 조기집행이 이뤄지면서 한은이 흡수한 것 이상으로 자금이 크게 풀렸다"며 "유동성 완화 기조가 이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적수 개념으로 관리되는 유동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TAF(Term Auction Facility) 등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도 보유 국채 매도와 재무부의 CMB(Cash Management Bill)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했다. 한은의 RP 매각과 통안증권 발행 증가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자금시장의 관계자들도 재정자금이 조기 집행되면서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정자금 조기 집행으로 유동성이 넘치고 있고 콜시장에서는 자금을 빌리려는 곳이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는 "한은의 태도가 변했다고 하기 보다는 지나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조절하는 수준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유동성이 지나치게 풀려도 금융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데다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유동성이 풀리는 것을 경계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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