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따라가지 못하면 기다리자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2.03 08:20

쫓아가기 힘든 장세..장기 포트폴리오 투자도 대안

최근 만난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에게 미리 발빠르게 종목을 갈아탈 자신이 없으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고 진득하게 기다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어쭙지 않게 쫓아 가다간 뒷북만 치고 수익률 까 먹을 수 있는 장세다."

기관투자자들도 수익을 얻기가 만만치 않은 장이라는 얘기다. 증시의 주도주가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따라가기가 숨 가쁘다.

실제로 최근 기관투자자의 사례를 보면 이같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0일 하이닉스반도체의 유상증자 신주 6000만주가 상장되던 날 하이닉스는 기관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반도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이날 상황에 대해 "대만의 D램 현물시장이 설 연휴로 열리지 않았지만 키몬다의 파산 이후 현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하이닉스를 포트폴리오에 넣지 않았던 일부 기관들이 허겁지겁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의 뒤늦은(?) 매수세 덕분에 하이닉스 주가는 13% 급등했고 똑똑한(?) 개인은 이날 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지수가 박스권에서 갇혀 거시지표나 재료에 일희일비 하고 있다. 자칫 잘못 편승하면 시장과 거꾸로 움직일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주식운용본부장의 이야기처럼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도 지금의 불확실한 시장에서 하나의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나흘 연속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나흘간 순매수한 금액은 약 8000억원이다.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올해 1월7일까지 6일 연속 순매수한 이후 가장 오래 동안 한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을 살펴본 결과 삼성전자(IT), POSCO(철강), 한국전력(유틸리티), SK텔레콤(통신), KB금융(금융), 현대차(자동차), LG디스플레이(LCD) 등 주로 업종대표주의 성격을 띈 종목들이 많았다.

한국을 사고 있다는 얘기지만 그 이면에는 위험 회피와 장기적인 수익 기대가 담겨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외국인은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일정 부분 회피하는 한편, 향후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기간 동안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조정에서 반드시 살아남고 경기 회복 시기에 구조조정의 수혜를 크게 입을 기업들을 매수하고 기다리는게 단기적으로는 답답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속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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