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 연체하면 '개인 프리워크아웃'?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 2009.02.03 07:48

"가계부실 사전차단" 의도불구 도덕적 해이 우려

-당국, "가계대출 부실 사전에 차단"
-금융권, "도덕적 해이. 충당금 부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계대출의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재조정) 대책이 진통을 겪고 있다. 당국은 과감한 지원으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대출 부실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계산이지만 금융권은 채무자의 도덕적해이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5월부터 다중채무자의 가계대출에 대한 '프리워크아웃'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화되기 전 채권단을 통해 개선하는 것처럼 가계대출자가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전에 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가계 프리워크아웃은 2005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빌라처럼 거래가 적은 담보물건이 중심이 됐다. 사실상 받기 어려운 채무를 프리워크아웃에 넣어 처리를 유보한 셈이다.

이를 감안해 당국은 금융회사 한 곳에 30일 이상 연체된 채무가 있다면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자감면은 물론 정상대출 이자를 크게 내리는 방안도 추진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작 금융권은 연체채권 관리능력이 떨어지고 채무조정 대상자 선정이 간단치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1개월 정도의 연체는 해외출장, 통장 이체잔액 일시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3개월 미만 연체채권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더 오래된 부실채권은 외부에 위탁한다"며 "1개월가량 넘긴 연체도 프리워크아웃에 넣는다면 채권 관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정상채권이 프리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요주의'로 분류될 수 있다. 가계대출은 정상이면 1.0%의 충당금만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는 10배인 10.0%로 불어난다. 카드자산 역시 1.5%에서 15.0%로 커진다.

카드대금은 통상 1개월 후 청구되고 소액거래도 잦아 프리워크아웃 대상자를 추리기가 쉽지 않다. 캐피탈업체도 자동차 할부 같은 담보대출까지 이번 방안에 포함되면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금융권은 이자경감 대목에 이르면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당국은 프리워크아웃 신청시 연체이자율을 무효화하고 기존 대출금리를 2~5%포인트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실직으로 소득이 줄어든 채무자에게는 상환을 6개월에서 1년까지 유예해주고 이 기간에 연리 2%만 적용하는 것도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해 신청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사후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와 관련한 신청자격을 금융권 총채무가 3억원을 넘지 않는 경우로 제한할 방침이다. 3억원 이내라도 프리워크아웃 이전 6개월 내 대출실적이 채무의 30%를 넘으면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과 도박, 부동산투기 등 대출용도가 부적절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단이 금융권의 동의를 이끌어 낼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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