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매도를 매도라 부르지 못하니···"

강미선 오상헌 기자 | 2009.02.02 16:13

실적쇼크에도 '매수' 의견 일색...'매도' 대신 목표가<현주가 '우회로'

# 사례 1

최근 삼성전자 보고서를 낸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어느 개인투자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 해 4/4분기 실적과 올해 전망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낮춘 게 화근(?)이었다. 전화를 걸어 온 개인투자자는 "모두 오른다고 하는데 하향 조정하는 이유가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 "매도 의견을 냈다면 욕설까지 들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례 2

자동차 업종을 담당하는 B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지난 해 그는 고민 끝에 한 완성차 업체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동시에 내렸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 등 고객들의 항의가 불보듯뻔했지만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그대로 실었다. 아니나다를까, 국내 굴지의 한 자산운용사로부터 "미리 알리지도 않고 내리느냐"는 항의를 받아야 했다.

'매도' 보고서가 도통 눈에 띄지 않는 증권가의 '고질'이 최악의 경제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되고 기업 펀더멘털도 최악이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십 건의 기업 분석 보고서는 '매수' 일색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국내 증권사들이 낸 주요 기업분석 보고서 2339건 중 '매도(비중축소)' 의견은 단 4건에 불과했다. 반면 '적극 매수' 107건 등 '매수의견'은 1702건에 달했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에 대한 최근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지난 해 4/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적자폭(9400억원)은 시장 추정치(4000억원)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실적 발표 후 나온 26건의 보고서 중 '보유' 2건,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투자의견을 낮춘 1건을 제외하곤 모조리 '매수' 의견이었다. 오로지 투자를 권하는 증권사들의 '몸사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우리도 할 말이 있다"며 볼 멘 목소리다. 투자자들의 항의를 감수해야 하는 두 사례처럼 '부정적 보고서'를 내려면 왠만한 용기 갖고는 안 된다는 하소연을 내놓는다. 10년 이상 증권가에 몸담은 한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들은 '미래를 보자'는 말을 한다"며 "투자자들과 해당기업 눈치를 보다보면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일부 애널리스트는 '매도'라는 직접 표현은 삼가되, '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우회로를 택하기도 한다.

메리츠증권과 한화증권은 이날 각각 대림산업소디프신소재의 목표주가를 최근 주가보다 낮게 전망했다. '매도'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목표가 조정을 통해 사실상의 '매도'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지난 주에도 한화증권과 SK증권이 각각 한국타이어LG디스플레이의 목표가를 현주가보다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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