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낮아진 애널리스트 "살아남으려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유경 기자 | 2009.02.02 11:48

고액 연봉, 부러움 대상에서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

-스카우트 제의 뚝 끊겨...고연봉자일수록 생존 고민
-증권사들, 리서치센터 인력을 현업으로 배치중

얼마 전 증권부에서 금융부로 부서를 옮긴 머니투데이 L기자는 2일 오전 뜻밖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한 신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CJ홈쇼핑에 대한 목표가 상향 리포트를 냈으니 검토해 달라'는 읍소형 쪽지를 보낸 것. 이같은 문자서비스를 애널리스트가 직접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도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콧대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고액연봉을 받으며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구조조정 1순위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문자를 보낸 애널리스트는 "색다른 마케팅이 없을까 고민하다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무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메신저나 이메일보다는 반응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귀찮으니 리스트에서 빼 달라"는 반응도 있지만 "신선해서 좋다"는 긍정 평가도 있다고 한다. 당분간 반응을 지켜본 뒤 계속할 지 결정할 생각이다.

그는 지난주말부터 펀드매니저 1400여명, 기자 200여명 등 1600여명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건당 30원으로 계산하면 한번 보낼 때마다 5만원씩 지출하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은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벌이고 있는 '생존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대세상승기에 연봉 1억~2억원을 챙기는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이 속출했지만, 이제는 '아~ 옛날이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애널리스트들이 겪고 있는 구조조정 한파는 매우 매섭다. A 증권사는 리서치센터 일부 인원을 현업지원 업무로 배치하고 있다. B 증권사는 리서치센터에서 교육받은 RA(보조연구원)을 법인영업, 지점 등 현업으로 돌리고 있다. C 증권사는 지난달 중순 리서치센터 인력을 20% 가량 줄였다. 특히 투자전략부문에서 기존 30여명을 15명으로 반토막냈다. 몇몇 증권사의 경우 기존 리서치센터에 있었던 투자전략센터, 투자정보팀 등을 리테일본부 등 현업 파트로 직제변경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곳저곳에서 스카우트 제의에 받았다"며 "통상 기존 연봉의 30~50%를, 일부 배 가까이 오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최근에는 스카우트 제의가 뚝 끊긴 것은 물론 연봉이 높을수록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지 않을까 눈치봐야 하는 형국"이라며 "연봉에 걸맞는 업무능력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같은 장세에서는 그것마저 신통치 않아 상당수 동료 애널리스트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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