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이제 겨우 한달 지났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 2009.02.02 12:49
'불편한 진실'은 지구온난화나 만년설 붕괴, 해수면 상승 같은 환경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때가 오고 말았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바보짓을 계속할 순 없다.

꼭 한 달 보름 전 새해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할 때만 해도 장밋빛이었다. 3% 성장이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상반기만 지나면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말에 6개월이야 참지 못하겠냐며 스스로를 달랬다.

새해 들어 한 달을 보낸 지금 안팎의 상황은 완전 달라졌다. 한은 총재가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처음 연간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에 충격받을 필요는 없다. 이건 약과다.

그 전에 이미 세계 유수 투자은행들이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 4개국의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마이너스 3.9%로 수정 제시했다. 비공식이긴 하지만 IMF는 올해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4%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수히 많다. 우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5.6%를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지난해 1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모든 지수가 최악이었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70%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직결되는 대외경제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개선될 여지가 없다. 다보스포럼에 모인 세계 최고 경제전문가들과 CEO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긴 침체에 빠져있고, 아직 바닥을 친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2009년은 우리가 잊고 싶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부 국가는 글로벌 경제와 디커플링을 기대하지만 미신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하반기부터는 한국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해온 우리 대통령도 드디어 지난 주말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들이 올해는 인내해 주겠지만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희망을 얘기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불편한 진실의 일단을 공개했다.

이 말은 한은 총재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할 뿐더러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불편한 진실을 우리 개개인의 경제생활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집과 펀드 등의 형태로 모아둔 평생의 저축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급여가 현재는 동결된 상태지만 어느 순간에 20~30% 깎이고, 급기야 바로 내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취업준비생이나 구직자라면 현재의 실직상태가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누군가에게 까닭 없이 비난을 받았을 때, 당연히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게 무너졌을 때처럼 분한 일을 당할 때면 그만큼 스스로를 더 단련하라고 충고한다. 평소보다 좀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그만큼 육체적으로 자신을 더 소모한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영혼을 더 강화한다고 토로한다.

잊고 싶은 2009년이 이제 겨우 한 달 지났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힘들고 억울한 일들은 첩첩으로 쌓여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더 많이 달리는 것이고, 자신을 더 소모하는 것이며, 그래서 더 단련하는 길밖에 없다. 하루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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