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호주의' 글로벌 경기 회복에 위협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2.02 09:47

이머징국가 자본 확충에 치명타…글로벌 금융규제기구 도입 시급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 보호주의'(Financial Protectionism)라는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즉, '금융 보호주의' 물결이 국가간 대출을 줄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무역을 더욱 위축시켜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일(현지시간) 폐막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는 '바이 아메리카' 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인 보호주의의 확산이 큰 주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세계적인 보호주의 물결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금융위기로 괴멸 상태에 놓인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적 조치들은 '금융 보호주의'라는 새로운 보호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 보호주의의 새로운 형태 '금융 보호주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대의 보호주의는 과거 '관세장벽'으로 대두되는 '보호 무역주의'와는 전혀 다른 양상인 '금융 보호주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보호주의'는 글로벌 자본 이동을 가로막고 이는 결국 무역 순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 보호주의는 자본이 부족한 이머징 국가들에게 큰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다보스 포럼에 모인 각국 정부 지도자들과 기업 총수들 역시 '금융 보호주의'가 국가간 대출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선진국 금융산업은 국가 보조금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파생된 이번 침체는 과거 실물 경제에서 야기된 침체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1930년대식 관세 전쟁이 아닌 자국 금융산업 보호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 금융 구제 조치 봇물, 이머징 심각한 타격

미국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운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만간 부실 자산을 정부가 직접 인수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포함하는 신용시장 회복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도 유동성 부족에 처한 금융기업들을 국유화하는 금융구제대책을 추진했으며,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자 2차 구제금융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도 자국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더불어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은 금융산업 구제를 위한 보호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 보호주의의 물결 확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지역은 이머징 국가다. 올해 이머징국가에 대한 민간 자본 투자는 2007년에 비해 82%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러한 상황을 '금융 중상주의'(financial mercantilism)에 비유하며 이머징국가가 자금 부족이라는 가장 심각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주요국들이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게 되면 결국 다른 국가들에게도 번지는 도미노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금융 보복의 악순환을 낳고 무역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를 반영, 전세계 무역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 금융산업 규제 기구가 없다

금융 보호주의 해법은 무역 보호주의에 비해 복잡하다. 무역 부문에는 세계무역기구(WTO)란 국제기구가 존재해 효과적으로 각국의 무역장벽을 관리해왔다. 각국 정부들 역시 지난 50년간 관세를 꾸준히 인하해왔다. 그러나 전세계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국제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이러한 '금융 보호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 IMF의 역할 강화 △ 금융 규제 시스템 개혁 △ 경기 부양을 위한 '자국 제품 매입 계획'(Buy Local) 제한 등 3가지 해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IMF 강화 방안은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IMF를 개혁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IMF 무용론을 제기하며 아예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IMF 강화보다는 유엔 내에 금융규제를 담당할 경제위원회를 별도로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영국 등은 경제 위기 방어를 위해 IMF 강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브라운 총리는 IMF가 전세계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MF가 중점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 역시 IMF의 권고를 무시하기 일쑤다.

로버트 로렌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IMF가 이번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각국에 권고 사항을 말하려 하면 '누가 당신을 선출했는가?'라고 말하며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 IMF 강화 보다 금융시스템 개혁이 우선

이에 따라 IMF 역할 강화보다 글로벌 금융규제시스템 개혁이 우선순위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금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무분별한 파생상품 투자였다.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규제 시스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각국 중앙은행장들의 모임인 금융안정포럼(FSF)의 마리오 드라기 의장은 "G20 국가들이 금융 규제에 합의한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늘어나고 이는 국가간 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기 의장은 "시장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도울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전세계 금융규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 아메리카' 등 자국 제품 사용 확대 압력 완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은 결국 전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철강, 자동차 산업 보호 등과 같은 조치는 보호무역주의 신호를 전세계에 보내는 것이다.

미국의 빅3 구제안이 시행되자 유럽 국가들 역시 경쟁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돕는 구제책을 양산하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금융 산업 보호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금융 보호주의는 결국 보호무역 형태로 확대돼 전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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