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韓 증시 선전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2.02 08:14

1월 주요국 증시 하락속 코스피 3.4% 상승..'기업의 힘'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다우지수는 8.8% , S&P500지수는 8.6%, 나스닥지수 역시 6.4% 뒷걸음쳤다. 독일의 DAX지수는 9.8%, 프랑스의 CAC40 지수는 7.6%, 영국 FTSE 지수는 4.1% 떨어졌다.

그럼 코스피지지수는? 1월 한 달간 3.4%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무려 9.9% 올랐다.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 모두 경기침체라는 '현실'과 경기부양책이라는 '기대'의 대결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는 1월 한 달간 현실의 힘이 커지면 하락,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 상승하는 상황의 지루한 반복이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날그날 상승과 하락의 방향성은 비슷하지만 하락해야 할 날 해외 증시에 비해 선방하는 날이 많다. 실제로 사상 최악의 작년 4분기 GDP가 발표된 지난달 22일 우리 증시는 1.14% 상승한 반면 예상보다 양호한 4분기 GDP가 나온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달 30일 1.82% 떨어졌다.

우리 증시가 이처럼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거시 경제 상황은 우리와 해외 다른 나라가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 경제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출, 산업생산, GDP 모두 사상 최악의 행진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와 차이를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서 찾는다. 산업별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인다는 얘기다.

하나대투증권은 "한국 증시를 구성하고 있는 섹터 중 비중이 큰 금융섹터와 IT섹터의 주가흐름이 지난해 10월과는 달리 글로벌 증시의 흐름과 차별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차별화 현상은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 주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산업별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마무리돼 가고 있는 D램 치킨게임의 최고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라는 시련을 거치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상대적으로 건전한 체질을 갖고 있다. 정부에서 돈(자본확충펀드)을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칠 정도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에서 8779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7658억원을 순매수했다. 두 달 연속 순매수는 200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아시아시장에서 유일하게 한국증시만을 매수하고 있다. 환율 효과도 있지만 이 또한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의 주가가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글로벌 구조조정의 수혜주로 부각될 수 있는 국내 대표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서의 대응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하방 경직성을 갖는 이유일 뿐 해외 증시와 다르게 상승추세로 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출이 중심인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해외 경제의 침체 속에서 나홀로 실적이 좋아지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경기가 살아날 때 우리 기업들의 실적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가 하락폭이 적을 뿐이다.

코스피지수가 아래로는 단단하지만 위(1200선)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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