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구조조정…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 2009.02.02 08:15

[구조조정 어디까지 왔나] RG보험 혼선…채권단 이견조율 필요

금융당국과 채권단, 기업을 잇는 구조조정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연말 '옥석 가리기'의 큰 틀이 마련된 후 건설·조선업체 1차 구조조정까지 진행되고 있으나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구조조정 당사자간 이견을 조율할 해결사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등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을 둘러싼 논쟁이 좋은 사례다. RG는 선주들이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선수금을 주면서 선박 건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 이를 돌려받기 위해 요청하는 보증이다. 선수금을 받은 조선사가 은행에 RG를 신청하면 은행은 RG를 발급하되 리스크 분산을 위해 RG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사는 또다시 재보험에 드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인다.

정상적인 기업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RG가 최근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을 늦추는 뇌관이 되고 있다. RG문제가 표출된 곳은 C&중공업이다.

C&중공업은 지난 연말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으나 RG와 관련한 은행권과 보험권의 이견 끝에 퇴출대상으로 분류되는 등 혼선이 커지고 있다. 보험권은 은행이 발급한 RG에 대한 보증규모가 커 최대 채권기관이 됐으나 워크아웃에 따른 자금 지원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조선사의 RG보험 규모는 2000억원 이상이며, 2차 구조조정 대상까지 포함하면 5000억원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C&중공업뿐 아니라 녹봉조선, 진세조선 등의 RG보험도 상당하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나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등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들 역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RG보험의 경우 사례가 워낙 다양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은행에서 책임을 져야할 측면이 있고 보험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RG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은행이 조선사에 RG 발급 조건으로 보험을 요구한 사례도 있고 조선사가 보험사의 동의를 얻었다며 은행에 RG 발급을 요청한 경우 등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 구조조정에서도 혼선이 나타난다. 대동종합건설은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채권단 협의 없이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은 후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대동건설은 워크아웃 대상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채권단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당국의 엇갈린 메시지도 은행의 딜레마를 키우고 있다. 당국은 "구조조정을 수행하되 협력업체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은행으로서는 퇴출기업을 정리하면서 또다른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조속한 옥석 가리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지침은 이와 다르다"며 "은행 입장에선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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