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마감]경기둔화 호재에 '시큰둥'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1.30 16:45

예상한 결과에 되돌림 매물…CP만 나홀로 강세

채권시장이 사상 최악의 산업생산 발표란 '호재'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되레 약세로 마감했다. 경기 둔화는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매력을 높이지만, 이날만큼은 채권시장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시중의 부동자금과 한국은행이 단기 신용물 금리를 끌어내리려는 정책에 힘입어 기업어음(CP)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30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8%포인트 상승(가격하락)한 3.59%, 국고채 5년물 금리는 0.16%포인트 오른 4.07%로 마감했다.

CP 금리는 전일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3.9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5년 9월23일 3.95%를 기록한 후 3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채권시장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휘둘리며 약세로 시작한 후 산업생산 호재에도 회복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 총재는 오전, 향후 금리 정책을 경제상황을 살펴가며 펴겠다고 언급했다. 채권시장은 이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쉬어갈 수 있거나 금리정책 보다 유동성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뜻으로 해석했다. 그간 금리가 떨어진 이유였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흠집이 생긴 셈이어서 '되돌림' 차원의 매물이 나왔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기대했던 산업생산 발표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라, 되레 금리 상승폭을 키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18.6% 감소했다. 전달에 기록했던 사상 최대 감소폭인 14.0%를 재차 경신한 것으로 통계를 작성한 197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의 광공업 생산 예상치였던 마이너스 15%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결과였지만, 금리는 거꾸로 움직였다. 이미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경기 침체를 확인했던데다 금리에 선 반영했다는 인식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정성민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GDP 발표 후 12월 광공업 생산이 악화될 것이란 결과는 이미 알던 '패'였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하려면 적어도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 20%를 넘어야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금리 하락 추세가 여전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기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산업생산은 조업일수도 적은데다 수출 감소폭도 크기 때문에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한은이 올해 GDP의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할 만큼 경기 침체는 뚜렷해지고 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란 종전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간 조정 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10일 7.12%에서 하루도 쉼 없이 하락한 CP금리는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채권 관계자는 "한은이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대비 0.80%포인트까지 좁혀지길 원한다"며 "MMF(머니마켓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어 수급도 탄탄해 (CP 금리가) 좀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현재 CD와 CP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0.99%포인트로 한은의 의도대로라면 0.20%포인트 가량 추가로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편, 국채선물 3월물은 외국인이 2998계약 순매도하는 등 팔자 심리가 강해 전일보다 38틱 하락한 112.32로 마쳤다.

월요일 국고채 3년물 입찰 부담으로 인한 선제적 매도 헤지 물량이 나온데다 단기 이동평균선 마저 이탈하면서 기술적 매도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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