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태풍에 외국계 IT기업들 '바늘방석'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9.02.01 10:00

조기퇴직 프로그램 가동...국내시장 철수설(說)도 나돌아

"한때 외국계 IT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프라이드로 느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옛말이죠."

다국적 IT기업에서 십여년간 근무한 한 임원의 말이다.

지난 2000년대초까지만해도 외국계 IT기업은 직장인들의 '로망'으로 통했다. 그러나 고용조건이 워낙 유동적이다보니 언제 어느 때 해고될 지 모르는 불안감도 감수해야 된다는 것. 실제 다수의 외국계 IT기업들이 시시때때로 조기퇴직(ERP)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라 외국계 IT기업들이 일제히 본사차원의 대규모 감원계획을 내놓은 지금. 국내 지사 인력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지난해 국내 IT 수요침체에 환율인상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글로벌 감원 한파를 비껴갈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 일부 외국계 IT기업들의 한국법인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미 인력 감원에 돌입했으며, 상당수 기업들이 감원 계획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니시스는 최근 조기퇴직프로그램(ERP)에 돌입했다. 유니시스 본사가 1300여명의 인력을 감축키로 발표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에 한국유니시스도 전직원 80명 가운데 20% 가량을 줄여야 할 처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부문의 잉력인력들이 감원 대상"이라며 "그러나 아직 감원 규모나 시기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HP도 지난해 연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한국HP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상시적으로 지사차원에서 진행해왔던 프로그램으로, 이번 글로벌 인력 감축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한국HP는 지난해 경기침체와 환율인상의 여파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한차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한국후지쯔도 조만간 또다시 인력감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은 결정됐으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본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MS와 IBM의 한국지사들의 분위기는 더 어수선하다.

IBM은 얼마전 미국 본사의 소프트웨어 부문 직원 2800여명을 해고한데 이어 조만간 하드웨어 부문 직원들도 대규모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MS 역시 지난 22일 전체 인력의 5%인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일부 비경쟁력 부문에서 소폭의 인력 조정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전환배치 등을 통해 실제적인 인력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MS 본사의 인력감축 계획이 한시적이 아니라 앞으로 18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현업 부서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한국IBM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본사에서 구체적으로 지침이 내려온 것도 없고, 한국IBM 자체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현업부서를 중심으로 일부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을 비롯한 상당수 외국계 IT기업들도 국내 지사 인력 조정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외국계 소프트웨어업체들은 한국지사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어, 요즘 IT업계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흉흉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4. 4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
  5. 5 "남기면 아깝잖아" 사과·배 갈아서 벌컥벌컥…건강에 오히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