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양복 입고 쌍용차 '현장검증' 나선 판사들

평택(경기)=박종진 기자 | 2009.01.29 14:41

법원, 법정관리 결정 앞두고 평택공장 실사..비공개속 라인점검, 인터뷰 등 진행

↑ 쌍용차 평택공장 본관에 도착한 법원 실사단. 가운데가 고영한 수석부장판사.

법정관리 결정을 앞두고 법원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29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주변은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 기계소리 없이 조용한 공장에는 현장검증 준비를 위해 오가는 관리직 및 협력업체 직원들만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날 평택공장 앞에는 "쌍용자동차 한파에 평택경제 동사한다"(평택시체육회)라고 쓰여진 것을 비롯해 '쌍용차 회생'을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여럿 내걸렸다. 이번 현장검증에 대한 평택 지역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 고영한 수석부장판사와 이동원 부장판사 등 법원관계자 5명은 오전 10시42분 법복이 아닌 양복차림으로 쌍용차 평택공장에 도착했다. 오는 1일까지 휴무에 들어간 평택공장은 이날 정문이 통제된 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날 현장검증은 법원의 요청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판사들은 평택공장에서 회사 측의 현황 브리핑을 받고 일부 라인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노조와는 만나지 않은 채 1시간30분 동안 신속히 검증을 진행했다.

도착하자마자 정문 왼편 본관에서 회사 경영진들과 인사를 나눈 법원 실사단은 30~40분가량 쌍용차측이 준비한 영상자료 등을 보며 경영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이후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15분간 공장을 둘러봤다.

실사단은 끝으로 직원을 대표한 간부급 관리직 2명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12시12분쯤 공장을 떠났다.


법원은 이날 경영진을 상대로 쌍용차의 회생가능성을 질문했다. 쌍용차 고위관계자는 ”신차 개발계획과 회사의 자산 가치에 대한 질문이 주로 있었고 회사 측은 현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실사단은 또 직원대표를 통해 일선 업무 현장의 분위기와 회생노력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근한 한 관리직 직원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팀별로 자발적인 미팅을 열어 비용절감 방안을 논의하고 좋은 안은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현장검증에서 노조와 면담은 빠졌다. 법원은 이미 노조가 법정 관리인으로 기존 경영진이 선임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입장을 밝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측은 “법원이 현장검증에서 이해당사자인 노조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는 휴무기간에도 서울역과 평택역 등 주요 거점에서 쌍용차 회생과 상하이차 규탄을 위한 대국민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내달 첫째 주에 회생절차 개시를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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