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빠진 다보스포럼과 8200억$경기부양

머니투데이 유일한 MTN 기자 | 2009.01.29 11:50
< 앵커멘트 >
오늘부터 5일간 일정으로 개최되는 다보스 포럼에 대해 전세계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유례없는 금융위기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자리에 모이는 세계 정상들이 과연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포럼 첫날 미국 하원은 819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위기 대처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모습인데요. 경제증권부 유일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1 먼저 다보스포럼이 어떤 행사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그리고 각국에서 어떤 리더들이 참석했나요.

네 다보스포럼은 매년 이맘때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 경제포럼(WEF) 연례 총회를 일컫는 말인데요. 이 총회가 어김없이 다보스에서 열리다보니 다보스포럼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다보스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 사이에 있는 스위스의 동부 휴양도시입니다. 원래 세계경제포럼은 1970년 유럽의 경제인들이 서로 안면을 익히고 우의를 다지기 위해 만든 비영리재단인데요, 최근 들어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고, 또 논의의 주제도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 문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며 기업의 경우 연간 최소한 7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야합니다.





전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많은 나라에서 정상급 리더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91개국에서 2500여명이 참석했는데요, 이중 기업 최고경영자급만 14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개막 연설을 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비롯 정상급 인사만 40여명에 달합니다. 아쉽게도 미국에서는 실세들이 모두 불참했습니다.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매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을 비롯 벤 버냉키 FRB 의장, 티모시 가이트너 신임 재무장관이 모두 빠진 겁니다.

2 아마 미국의 실세들은 금융위기를 해결하느라 워낙 바빠서 참석을 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방금 전 대규모 경기부양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구요.

네, 약 두시간 반 전쯤 오바마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819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찬성 244대 반대 188로 하원 표결을 통과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12표의 반대가 나왔고, 공화당은 모두 반대했습니다.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곧 상원 통과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현재 민주 공화 양당은 의견 조율을 하고 있는데요. 공화당 의원들은 전체 부양 규모는 줄이고, 대신 자신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감세 규모는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이 58석, 공화당이 41석입니다. 통과하려면 60명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구제금융 규모를 7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한 2차 구제금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신용손실이 2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의식해 투입할 수 있는 실탄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취지입니다. 3000억달러가 늘어나면 미국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6500억달러가 됩니다. 미국 금융당국은 구제금융의 방안으로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배드뱅크 설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손실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는 부실 자산을 한데 묶어 별도로 처리하자는 생각입니다. 이처럼 굵직굵직한 방안들을 긴급히 실행해야하는 만큼, 미국 대통령과 재무장관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3 민주당이 경기부양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 어떻게 봐야할까요.

네 야당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화합을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부양안을 빨리 처리하려는데는 끔찍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이 개막된 오늘도 흉흉한 소식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0.5%로 하향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최저입니다. 미국 경제는 1.6%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2.6%, 유로 지역 -2%, 영국 -2.8%로 각각 예상했습니다. 중국은 +8.5%에서 6.7%로 조정했습니다.

전세계 은행권의 손실 규모는 2조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다. 이는 지난해 예상한 것보다 8000억달러가 늘었습니다. 지금까지 손실은 1조1000억달러입니다.

여기에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전세계에서 최대 5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말 전세계 실업률은 7.1%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S&P500지수가 나흘째 반등했지만 주변에는 이같은 악재들이 넘쳐납니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4 다시 다보스 포럼으로 돌아가보죠. 올해 포럼 주제를 ‘탈 위기 후 세계 질서 재편’(Shaping the Post-Crisis World)으로 정했다고 하는데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네요. 어떤 얘기들이 오가고 있나요.

이번 위기가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바닥을 지났는지 아니면 절반을 지났는지 이도 아니면 곧 새벽을 지나 동이 틀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탈 위기와 세계 질서 재편을 내건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탈 위기에는 다들 이번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걱정하고 생각보다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비관이 많은데,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힘을 모아 노력하고 있으니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안과 방법론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말에는 위기의 책임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같은 위기가 나타나지 않도록 세계 경제의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닌가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식 자본주의,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실세들이 모두 불참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겠지만 참석한다고 해도 좋은 소리는 못들을 겁니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미국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사실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는 사실상 폐기처분돼야한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그렇다고 이번 금융위기 대응을 통해 강화되고 있는 국가 역할의 대폭적인 강화(국가 자본주의)가 올바른 길인지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5 포럼 개막 첫날 원자바오 총리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요. 각국 정상들이 어떤 얘길 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개막 연설을 한 푸틴의 입장을 전해주시죠.

푸틴과 원자바오는 첫날 나란히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외신들은 일제히 푸틴과 원자바오가 선진국에게 한수 가르쳤다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번 포럼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좀 자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푸틴은 연설에서 금융위기가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군사화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다소 낯선 말을 했습니다. 자국의 군비 확산에 대해 적극적이던 푸틴인데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대거 강화되는 시기에 국가에 대한 지나친 쏠림을 경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은 군사적, 정치적, 지역적 분쟁을 도발하는 게 대중들로부터 사회 경제적 관심을 돌리는 수단임을 잘 알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같은 시도들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푸틴의 머릿속에는 과거 경제위기가 정상적인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전쟁과 같은 비이성적인 방법이 동원되곤 하던 장면이 그려졌을 겁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군사적, 정치적 대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푸틴은 미국을 러시아의 파트너라고 불러 관심을 끌었지만 역시 예상대로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미국 은행들과 퇴임한 조지 부시 행정부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월가의 은행들은 단 12개월만에 지난 25년간 번 수익을 초과하는 손실을 기록했다며 상처를 건드리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는 새 팀이 성공하기를 기원했습니다.

6 원자바오 총리가 연설을 마치자 청중들의 질문이 대거 쏟아질 정도로 원 총리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고 하던데요. 중국 지도자중 처음으로 다보스를 찾았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네, 사실 일각에서는 이 포럼을 자본주의 엘리트들의 사교장이라고 폄하해왔는데요. 중국 지도자의 다보스 포럼 참석은 그만큼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당연히 가장 큰 관심은 중국 경제가 어떻게 가고 있고 갈 것인지였습니다. 세계 경제의 마지막 보루, 버팀목이 될지 아니면 가파른 경기하강으로 세계 경제에 마지막 치명타를 날릴 지가 초미의 이슈입니다.

원 총리는 기존 연설에서 ‘혹한의 겨울은 지나가고 동구밖까지 봄이 왔다’는 시적인 비유를 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힘을 합치면 위기가 극복된다는 메시집니다. "일부에서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자신감에 차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연설 이후 중국의 성장률 전망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를 8%로 제시하고 "솔직히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달성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9%, 4분기 6.8%의 성장을 하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원 총리는 자심감과 함께 뚜렷한 해외수요 감소와 도시지역의 실업률 상승, 점점 더 커지는 경제성장 하향 압력 등 극심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먼저 중국과 미국의 협력을 꼽고 이와 함께 △국제금융시스템 개혁 제고 및 새 국제금융질서의 수립 가속화 △금융리스크 확산을 막는 금융 감독, 규제의 강화 △신흥국 이익의 효과적 보호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7 경제위기가 다보스포럼을 점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 극복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외환보유액이 2조달러인 중국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좀더 들여다보면 미국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성장한데는 미국의 소비가 절대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의 침몰한다면 중국도 타격을 입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비판을 받은 가이트너 신임 재무장관의 발언을 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요. 중국은 그런 일이 없다고 발끈했고 두 나라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리자 백악관은 환율 조작에 대해 입장이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탈세 혐의로 어렵게 국회 인준을 통과한 가이트너의 말은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잘 협력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싸움을 자초한 꼴인데요. 아무토록 포럼에서 위기 극복의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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