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제2, 제3 메이도프'..끝없는 사기행렬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1.28 06:07

최근 잇따라 적발… 자살극·마피아연관 등 행태도 갖가지

월가로 상징되는 미 금융시장 사기꾼들의 행각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호황기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될 때는 가려져 있던 '폰지사기'들이 금융시장 경색과 '메이도프 사건'을 계기로 잇따라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미 금융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 "3억불 사기" 아가페 대표 기소, 실종 유명 헤지펀드 대표 자수

미 연방수사국(FBI)은 27일(현지시간) 열흘전 실종됐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아서 네이들(76)이 이날 자수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새라소타에 있는 스쿠프 운용의 회장으로 최소 3개 이상의 헤지펀드를 운영해온 네이델은 2004년 이후 지난달까지 가짜 수익률 보고서를 미끼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권거래소(SEC)에 따르면 네이들이 부풀린 펀드가치는 최소 3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들은 지난 14일 가족들에게 유서형태의 메모를 남기고 사라진 이후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아왔다.

뉴욕 검찰은 이날 롱아일랜드 소재 투자회사 아가페 머천트 어드밴스의 니콜라스 코스모(37) 대표를 사기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코스모는 전날 검찰에 자수했다.

코스모와 공범들은 투자자들에게 연 48-80%의 고수익을 제시,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모는 투자자금을 고리 단기 대출에 활용, 수익을 올린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3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모아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대출에 활용된 자산은 1천만달러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투자자를 모아온 중간 브로커들의 '성과급'과 이전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으로 소진됐다. 코스모는 2003-2008년 상품선물에 투자 8000만달러를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아가페사의 은행계좌에 남은 자산은 74만6000달러에 불과한 상태라고 정부관계자들은 말했다. 사법당국이 지금까지 확보한 자산은 총 150만달러에 불과한 상태이다.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코스모가 이탈리아 마피아에게 한때 거액의 도박빚을 지는 등 범죄와 연관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기사건 봇물

앞서 이달초에도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펜실베이니아주의 투자회사 조지프 포르테의 대표 조지프 포르테를 금융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포르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품 선물 투자로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주변사람들에게 5천만달러를 모집한뒤 실제로는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고객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입힌 펀드매니저가 자살극을 꾸민뒤 한달 가까운 도피 행각 끝에 결국 자수,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
헤지펀드 베이유 자산운용 대표였던 사뮤엘 이스라엘 3세(48)는 피라미드식 금융사기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은뒤 매사추세츠주 감옥에 출두해 수감되기로 한 날 뉴욕주의 한 다리 옆에 자신의 SUV 차량을 버려두고 사라졌었다.

1995년 베이유를 설립한 이스라엘은 투자자들에게 피라미드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해 운용했으나 설립직후부터 손실을 기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자산이 최대 4억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분식회계를 통한 부풀리기였으며 총 4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고 작은 금융사기 사건과 분쟁이 월가를 얼룩지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투자자 불안으로 수면 부상...감독 '뒷북' 비판 거세

금융 사기꾼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금융시장 경색과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금을 더이상 끌어들일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자금유입이 중단된 것은 물론, 기존 투자자들도 자금압박과 불안감으로 환매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수익률'이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포르테 사건의 경우 피해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사건' 이후 의심을 품은 투자자들이 투자자산 내역공개를 요구하면서 사기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메이도프 사건 이후 감독당국과 사법당국이 폰지사기가 의심되는 회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점도 사기사건 적발 건수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코스모는 1999년에도 별도의 금융사기로 21개월의 실형을 치른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미 금융시장의 느슨한 감시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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