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장으로 변신하는 사채업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1.27 16:11

[명동풍향계] "신용 위험평가 A·B 등급도 못믿어"

사채시장은 경기 전환기의 '위기'를 먹고 자란다. 경기가 최고점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 사채업자 눈에는 사방이 투자처로 보인다. 이들은 외환위기 직전과 직후가 최고 '잔치'였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최근 위기에서는 도통 기회가 보이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어 자신있게 돈을 풀 수 있는 전주(錢主)도 거의 없다. 운용자금이 바닥난 중소업자들은 신규 영업을 접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부업에 곁눈질하고 있다.

◇신용등급 A·B 건설사도 "못믿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의 우량등급 판정을 받은 A건설사를 두고 명동시장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A사의 최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최근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때문이다. 주식담보를 해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반대매매 직전까지 갔다가 신용평가 후 '눈치보기'에 돌입했다는 전언이다.

명동시장은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등급이 뒤바뀔 업체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재무제표를 토대로 이뤄졌지만 2008년 결산이 확정되면 이를 근거로 A·B등급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은행이 예금을 동결했다 감독당국의 지시로 번복한 해프닝도 있었다. 또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위한 감시대상에 등록하는 바람에 경인운하 등 대규모 민자사업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C등급 건설사의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더욱 어렵다. C나 D등급을 받은 기업과 매출 기준으로 30% 이상 거래한 협력업체가 B은행 집계만으로 160개며, 대출은 모두 1500억원에 달한다. 협력업체는 당장 자금줄이 막혀 명동 사채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명동 관계자는 "A·B등급의 건설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음·채권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명동시장의 30%을 차지하는 건설사 자금거래가 끊기면서 명동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부업 나선 명동= 사채업자들은 신규 영업을 접는 대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부업을 물색하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부업은 '스크린골프'다. 많게는 4개 이상 업소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최소 4억~5억원이 드는 터라 만만히 보고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차선으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음식점이 부업거리로 뜨고 있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탓에 음식점 사장으로 변신을 고려 중인 사채업자가 상당수다. 현재 명동 인근에서 사채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은 5곳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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