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차 구조조정의 '한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1.28 07:41
"중이 제 머리 못깎죠." 요란했던 건설·조선사 1차 신용평가가 끝나자 은행권에서 나온 자조섞인 얘기다.

평가대상 112개 기업 가운데 퇴출대상은 2개,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업체는 14개에 그쳤다. 부실기업을 솎아내 불확실성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였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은행의 의지가 약했다는 점에서다. 당장 충당금 부담 탓에 은행들이 과감히 부실 판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상여신은 대출금의 0.85%만 충당금을 쌓아도 되지만 요주의여신은 7~19%, 고정이하는 20~40%, 회수의문은 90%까지 쌓아야 한다. 충당금이 불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니 은행들은 엉거주춤한 모양새다.

신용평가 후에도 은행의 '몸사리기'는 계속됐다. 워크아웃 대상 업체의 예금을 동결하거나 법인카드를 정지한 경우도 있다. 자금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걱정해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해당 업체는 설을 앞두고 돈줄이 막혀 쩔쩔매야 했다.


문제는 101대 이하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로 대상이 크게 늘어나는 2차 구조조정이다. 이들 업체는 1차 대상 보다 재무정보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비상장사가 대부분인 데다 회계도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복병'이다. 주채권은행조차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의지가 약한 은행들이 2차 구조조정에 발벗고 나설지 의심스럽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은 시작부터 한계를 안을 수밖에 없어서다. 마침 새 경제팀이 구조조정 '선수'들로 꾸려진 만큼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겠다는 애초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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