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몬다 파산… "D램 치킨게임 끝보인다"

오동희 기자, 진상현 기자 | 2009.01.24 12:39

삼성전자 반도체 적자 이어 업계 5위위 파산이 의미하는 것은

전세계 D램 시장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기 위한 '치킨게임'의 끝을 알리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D램 1위인 삼성전자가 7년만에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하던 날인 23일 D램 5위인 키몬다가 파산을 선언했다.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3년간 지속돼온 '치킨게임'에서 첫 탈락자가 생겼다.

치킨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으로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장침체기에도 감산을 하지 않고 시설을 늘리는 양상경쟁에 나섰고, 적자상황에서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이 진행돼 왔다.

◇세계 5위 D램 업체 키몬다의 파산=세계 5위의 D램 업체인 독일 키몬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3일(현지시간)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잉그리트 카프스 뮌헨 행정법원 대변인은 이날 D램 생산업체인 키몬다가 파산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키몬다는 지난달 독일 작센 주정부와 모회사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포르투갈 은행 등으로부터 3억2500만유로(한화 약 5900억원)를 지원받아 회생을 모색했으나 추가 지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파산 선언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가 30.2%로 1위, 하이닉스 19.3%로 2위, 일본 엘피다 15.8%로 3위, 미국 마이크론 10.3%로 4위, 독일 키몬다가 9.8%로 5위다.

하지만 키몬다는 대만 생산 기지 역할을 하던 이노테라의 지분을 마이크론에 넘겨 현재는 공급량이 절반 수준인 5%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D램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치나=키몬다의 파산은 반도체 공급 과잉 해소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 여파와 경기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키몬다의 파산은 독일 법원의 처리 방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는 D램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 소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요할 전망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오랫동안 계속된 출혈 경쟁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기 침체로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업계 전체가 극심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영업손실률 47.9%) 대만의 난야(105.6%), 이노테라(57.9%) 등 주요 업체들이 최근 분기에 46%가 넘는 영업손실률을 기록하는 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던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도 지난 23일 5600억원의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강 삼성전자도 7년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설 정도로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 키몬다의 파산 선언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 점에서 주목된다.

독일 정부 등은 지난해 12월 키몬다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추가 지금 지원 필요성 등이 걸림돌이 돼 최종적인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살아나더라도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일 경우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까지 적자에 돌입한 상황에서 '산소호흡기'를 단 후발업체들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키몬다의 파산선언으로 D램 치킨게임의 끝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

◇키몬다 파산선언 그 후=23일 파산을 선언한 키몬다는 자금 사정 외에도 또 하나의 난관으로 인해 회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 업체들과 다른 생산방식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대부분의 D램 업체들은 회로를 웨이퍼 위로 쌓는 '스택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키몬다는 회로를 웨이퍼 밑으로 계속적으로 파내려가는 트렌치 방식을 택하고 있다. 키몬다와 협력하던 난야가 스택진영 인마이크론으로 넘어가면서 키몬다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트렌치 진영으로 남았다. 따라서 협력파트너를 잡고 생존의 길을 모색하려고 해도 녹록치가 않은 상황이다.

국내 D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독일 정부가 키몬다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며서도 "파산 선언 후 파트너를 찾아 나서더라도 현재 생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D램 시장에 공급 조정영향이 있어 다른 D램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들의 합종연횡과 관련 "일시적으로 합종연횡을 통해 점유율을 우리보다 높게 가졌다고 해서 우려하지는 않는다"며 "경쟁력의 핵심은 일시적 점유율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과 원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키몬다의 파산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세계 D램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우위에 있어 '치킨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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