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직원 황씨의 우울한 귀성기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9.01.23 14:48

설 상여금은 커녕 월급도 50%만 지급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생산직 직원인 황영중씨(38, 가명)에게 설이 설 같지 않다.이번 명절은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설렘보다는 그저 갑갑하고 두렵게 다가온다.

“쉬는 날이 많아 차 막힐 걱정은 안 해도 되네요.” 황씨는 회사가 자금 압박으로 생산을 멈춘 탓에 지난 22일부터 쉬고 있다. 내달 1일까지 열흘 넘게 뜻하지 않은 휴가를 지내고 있다.

고향인 광주에서 올라와 12년 전 쌍용차에 자리잡은 그는 두 딸의 아버지다. 입사 이후 쌍용그룹이 흔들리면서 회사가 98년 대우그룹에 편입되고 다시 2년 만에 워크아웃을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만큼 불안하고 힘들지는 않았다.

“잔업 특근 수당 받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간혹 일부 라인이 일시적으로 잔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마저 지난해부터는 사라졌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도 황씨가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 남짓이었다. 아내가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그마저 경기가 얼어붙어 쉽지 않다. 네 식구 살림살이는 늘 벅찼다.

급기야 지난달 월급은 체불돼 지난 9일에서야 받았고 23일 입금된 이달 월급은 50%만 나온데다 연이은 휴무에 깎여 '처참한' 지경이다. “지난 추석 때만 해도 70만원쯤 상여금이 나왔는데 이번 설에는 어림도 없네요.” 당장 애들 학원비도 못 내는 판에 명절 선물 살 엄두가 안 난다.


“고향 가기 무섭습니다.” 9일 회사가 법정관리행을 선택하고 연일 흉흉한 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리자 황씨는 부모님과 친구들로부터 전화도 많이 받았다. 천안에 한 자동차부품회사를 다니는 친구는 “우리 회사는 거의 부도직전이라 난 밤마다 대리운전 뛴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

“고향에서 친인척들의 걱정스런 눈초리가 벌써부터 부담스럽다”는 황씨는 “그래도 자동차 만드는 대기업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18번 곡이 '상하이 트위스트'인데 이번 설에는 식구들끼리 노래방 가도 이 노래 못 부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주주 상하이차의 ‘먹튀’논란은 상하이측의 공식 해명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황씨의 진짜 걱정은 연휴 이후다. 다음달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야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데 당장 2일부터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부품사들의 어음 결제일이 29일에 잔뜩 몰려있다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제대로 결제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협력업체들이 줄 도산한다면 지난 13일처럼 부품이 없어 또 라인을 멈춰야 할 지 모른다. 더구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설은 듣기 만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최근 쌍용차 부품사들은 정부와 경기도, 금융기관 등에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일부 은행이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시간이 다급하다. “어떻게든 회사는 살려야죠. 우리 식구 밥줄입니다.” 황씨는 다음 명절에 희망을 걸며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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