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펀드판매大戰..'컨설팅' 능력에 성패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09.01.23 12:23

[한국형 IB 성공의 길] (4) 펀드유통혁명 최후의 승자는

- 펀드슈퍼마켓 등 판매채널 다변화ㆍ세분화
- 판매사간 서비스ㆍ수수료 경쟁 불가피
- 고객관리 직원교육 등 소프트웨어부터 키워야

# 자영업자인 김규생 씨는 여유 자금을 투자할 펀드를 고르기 위해 집 근처 복덕방을 찾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펀드 투자상담 및 가입을 위해서는 은행 또는 증권사 지점을 찾아가야 했지만 개인투자자문업이 실시된 이후부터는 IFA(독립투자자문인력)가 있는 가까운 복덕방에 가면 쉽게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특히 IFA가 자사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금융회사 영업직원과 달리, 객관적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해준다는 점 때문에 재테크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를 찾는다.

# 주부 전희영 씨는 펀드 투자를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값싼 온라인펀드회사를 이용할지, 서비스가 좋은 펀드슈퍼마켓을 이용할지 결정하지 못해서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일찍감치 배제했다. 수수료가 비싼데다 자산이 적을 경우 서비스도 별로였기 때문. 고민 끝에 전 씨는 펀드슈퍼마켓에 가기로 결정했다. 수수료는 온라인펀드회사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금융회사보다 저렴하고, 특히 자산이 많지 않아도 일대일 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시장에 유통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혁명의 불씨는 바로 오는 2월 본격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판매채널의 핵분열을 의미하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간 서비스 및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돼 개인투자자들은 보다 싼 값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반해 판매사들은 시장 수성(守城)과 공성(功城)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신구 조직간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유통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판매망 확대는 물론 전문인력 양성 등 물적ㆍ인적 자원과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펀드시장 과점구조 깨진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펀드 판매사는 85개사로 총 판매액은 340조원 정도다. 이중 국민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은 33%(약 112조원)에 달한다. 또 상위 10개사의 시장점유율은 61%(약 211조원)가 넘는다. 사실상 과점구조인 셈이다.

개인이 많이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는 과점구조가 더욱 심하다.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상위 5개사의 주식형펀드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펀드 판매사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고, 서비스는 취약하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도 모두 이 같은 과점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펀드시장의 과점구조는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체국,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저축은행, 카드사 등 중소 서민금융기관들의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다. 사실상 펀드시장이 전 금융권에 완전 개방되는 것으로 그만큼 금융기관간 경쟁은 한층 격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가진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단위농협의 펀드시장 진출은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에게 위협적인 요소다. 전국 단위농협은 4000여개에 달하고, 우체국 점포 수 또한 2800여개에 이른다. 또 새마을금고도 전국에 1520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민은행(1163개)보다 많은 수치다.

◇관건은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
이뿐 만이 아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일반 법인들도 자유롭게 펀드 판매가 가능해진다. 펀드슈퍼마켓과 온라인펀드회사가 바로 그것. 이들 신규 판매사는 모든 펀드를 한 곳에 모아 싸게 파는 일종의 할인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저렴한 비용과 객관적인 투자정보 제공이 특징인 이들 신규 판매사의 출현은 기존 판매사들의 ‘계열사(자산운용사) 밀어주기’ 등 구태의연한 영업행태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판매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펀드 판매사들은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지점 영업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접 고객들을 찾아 나서는 현장 영업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판매권유인에 이어 투자자문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IFA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

펀드판매권유인이나 IFA들은 지역밀착형 현장영업이 강점이다. 실제 지난 2006년 펀드판매권유인제도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와 GA(독립대리점)에 소속된 펀드판매권유인들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새로운 판매채널로 급부상한 상태다. 기존 은행과 증권사들마저 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부족한 현장 영업력을 보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펀드시장의 유통혁명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공의 관건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펀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판매망 확대란 정량적 요소보다는 고객관리능력, 자산관리능력, 판매직원교육 등 정성적 요소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자통법은 펀드 판매사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것일 뿐 불완전판매 등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며 “수익성만을 강조해 고객자산관리 등을 무시하고 단순히 판매에만 치중할 경우 고객분쟁 등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지난 2005년부터 불기 시작한 펀드 열풍으로 엄청남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우리은행 등 많은 판매사들이 고객과의 분쟁과 소송에 휘말려야 했다. 수익성을 위해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고객관리나 직원교육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탓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펀드는 공산품과 달리 규격화 된 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합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기존 판매사나 신설사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펀드를 판매하는 인력의 지식과 컨설팅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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