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은… 경제지표 줄줄이 '최악'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1.22 10:11

수출·내수·일자리·소비 모두 악화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골'이 예상보다 깊고도 험하다. 실물경제가 내려 앉는 경사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팔라지고 있다. 경제지표가 나올때마다 최악을 경신하고 있어 한국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걷히는 속도도 훨씬 느려질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이 3.4%나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5.6%나 내려 앉았다. 80년 오일쇼크와 98년 외환위기 이후 세번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지난해 4분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진단과 전망은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주저앉자 정부 당국자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투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올해 상반기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정부의 성장률 목표 3%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도 이날 민생안정차관회의에서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 차관의 진단처럼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범위를 벗어나면서 경기침체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경제관련 지표가 발표될때마다 정부나 경제분석기관의 전망치보다 훨씬 나쁘게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은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전년동기대비 28.9%가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감소율(-17.9%)보다 10%포인트 이상이 내려갔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유럽 등의 내수가 급강하하고 있어 수출이 회복세의 조기 반전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2007년말 80.3%에서 지난해 11월에는 68%까지 떨어졌다.

내수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동반 침체로 가계의 금융자산은 감소하는 반면 금융부채는 늘어나면서 소비여력을 없애고 있다.


개인소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2007년 26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는 157조3000억원으로 무려 108조3000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돼 있다.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합계도 2007년말 105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말에는 623조원으로 40.8%가 줄어들었다.

임금상승폭보다 물가상승폭이 더 커지면서 지난해 3분기 실질임금상승률이 -2.2%에 그치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도 얇아지고 있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올해 실질임금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일자리 사정도 열악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는 마이너스 1만2000명까지 떨어져 마이너스 고용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상반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6%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볼때 일자리 감소 속소도 훨씬 가팔라질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의 일자리 목표치(10만명)은 이미 달성 불가능한 수치로 인식이 돼 있다. 더욱이 앞으로 경기침체에 버티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하면서 대량 실업사태마저 나타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상황이 호전되기까지는 '수출·내수 부진→기업 실적 악화→일자리 감소→소비심리 축소→실물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지난해 연말 지표가 생각보다 훨씬 떨어진 것으로 봐서는 올해 상반기에는 엄청나게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에 다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빠른 속도를 기대하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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