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센터, 찬바람 불 뿐이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01.22 08:49

수익률 급락-고객 항의-상품 부재 '3중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며 경제여건이 악화되자 부유층 고객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수익률 급락과 고객의 불만, 투자상품 부재 등 3중고에 프라이빗뱅커(PB)들은 신음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PB센터에서 투자상품 판매가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 일부가 소화되고 있지만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형태여서 전체 금액은 크지 않다.

그동안 은행 PB센터는 소수 부유 고객을 대상으로 거액을 움직여왔다. 스타급 PB 1명이 관리하는 자금이 평균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만큼 굴리는 돈의 규모가 컸다. 은행들은 요지에 자리잡은 PB센터에 호화 인테리어와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비용·저수익' 영업점포로 전락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다.

A은행의 한 PB는 "올들어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거의 없다"며 "정기예금 금리가 4%대로 낮아지면서 전통적인 은행 상품을 찾는 수요도 보이지 않고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가격이 급락했지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려는 고객도 없다"며 "당분간 시장상황이 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관망하는 고객이 많다"고 덧붙였다.

B은행의 PB는 "전문가들도 시장상황을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워 고객에게 이렇다할 상품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2분기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같다"고 말했다. C은행 PB는 "상품판매보다 고객의 펀드손실 등에 대응하느라 이리저리 불려다니기 바쁘다"며 "기존 고객들을 달래고 대책을 상담하는 업무 외에 별다른 일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더 심각한 것은 PB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큰 투자손실로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던 PB 중 일부는 일반 점포로 이동을 희망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참급 PB 중 일부가 일반 점포로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어떤 PB는 거액의 손실을 본 고객들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압박해와 한달새 체중이 7㎏이나 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은행들은 그간 높은 수익을 올린 스타급 PB가 이런 몸살을 앓지 않을까 우려한다. 운용자산이 클수록 고객의 민원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영업점과 PB센터의 차이는 실내 인테리어와 부수적인 서비스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은행들은 우량고객 확보를 위해 수익성·안전성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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