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모씨는 "내가 찾는 검색어들이 누군가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쾌한 일 아니냐"며 "해당 사건에 대한 키워드를 검색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검색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불안해했다.
포털이 회원들의 검색키워드 정보까지 공공연히 수집해왔다는 사실이 최근 여대생 실종사건 수사과정에서 포착되면서 적잖은 논란을 빚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이 여대생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7개사에 관련 검색어를 검색한 네티즌들의 신상정보 제출을 요청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 중 몇군데 포털은 이미 검색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네티즌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대두되고 있지만, 포털들의 검색어 정보 수집에 대한 정당성 문제도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털은 사이버 사생활 '저장창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인터넷 접속지점(IP주소)과 접속시간은 기본이다.
로그인 기반의 서비스는 더 많은 자신의 정보가 노출된다. 실명제에 따른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이메일 정보나 블로그, 카페 가입 및 활동정보 등이 그것이다. 자신이 남긴 게시판 글이나 댓글까지도 그대로 포털의 서버에 기록된다.
검색키워드 정보도 마찬가지다. 사실 검색 키워드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은 주로 '어느 연령대가 어떤 유형의 정보를 주로 찾더라', '어느 지역 사람들이 어떤 뉴스를 골라보더라' 등 이용자행태분석을 통한 서비스 개발이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시간 인기검색어도 이같은 정보수집을 통해 나온 서비스다.
문제는 '누가 어떤 정보를 주로 찾더라'라는 회원별 혹은 IP주소별 검색키워드 정보까지 수집해왔느냐의 여부다. 이에 대해 각 포털업체들은 '함구'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이 검색 네티즌에 대한 신상정보를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검색 키워드 기록은 그 사람의 현재 관심사가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그 사람의 관심사는 물론 성향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타깃) 서비스나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잖은 마케팅 정보다.
반면, 이메일이나 인터넷 게시글과는 달리, 인터넷 검색의 경우, 아무런 경계없이 이용해왔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신상정보보다 더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과 영국의 일부 인터넷광고 회사들이 네티즌들의 인터넷 서핑 기록을 이용해 해당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파악, 맞춤형 광고에 나섰다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개인별로 분류가공된 검색 키워드 정보까지 제3자에게 넘어가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국가권력기관 등에 의해 남용될 경우다.
자칫 포털이나 국가권력에 의한 '빅브라더'가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관심사나 성향 등 민감한 사생활 영역까지도 감시를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수집 범위, 이용목적 명확히 밝혀야
문제는 네티즌들의 이처럼 사이버 족적이 그대로 포털 서버에 저장되는데도 어느 범위까지 수집되고,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방문기록'이나 '본인확인 기록' 등은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보존기간이 각각 3개월, 6개월간으로 설정돼 있을 뿐, 이용기록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집범위와 이용형태, 보존기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실제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개인정보 취급방침에서 '개인정보 수집항목'에 IP주소, 쿠키, 접속로그 등과 함께 '서비스 이용기록'을 포함해놨을 뿐,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로그기록 범위나 보유기간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무선 전화와 함께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감청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번호법이 발의되는 등 네티즌들의 사이버 발자취를 범죄 수사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익명의 한 업계 전문가는 "'관심정보' 영역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상황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소지가 다분하다"며 "현재 CCTV 이용규제책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생활 정보수집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