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오바마의 선택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 2009.01.21 08:59

초고속망 확충 등 IT뉴딜정책 통해 고용창출과 '미국 변화' 주도

버락 오바마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그가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처럼 불황의 깊은 늪에 빠진 미국경제를 구할 수 있을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오바마 정부가 앞으로 100일 동안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여기에 매달릴 계획이라고 전하고 있다.

오바마는 취임 전부터 8250만달러를 풀어 내수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신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신뉴딜정책'은 친환경에너지 투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초고속인터넷망 확충으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일자리 4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목표다. 이 가운데 'IT뉴딜정책'의 핵심인 초고속인터넷망 확충에 300억달러 가까이 투자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미국의 모든 가정에 100메가급 초고속인터넷이 구축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가 인터넷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를 통해 유권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지지층을 넓혀온 오바마는 이미 '인터넷 대통령'으로 통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인터넷을 매개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정보기술(IT)에 관심을 보이는 것같지는 않다. 그가 발표한 'IT뉴딜정책'을 살펴보면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소통 경로를 넓히고 IT투자를 통해 전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한편 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80년대초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미국경제를 살린 것도 IT산업이었다. 고임금, 노사문제 등의 여파로 미국 제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불황은 시작됐다. 그러나 개인용 PC가 등장하면서 IT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고, 이 덕택에 미국은 오랫동안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75년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단 2명이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은 연매출 60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했을 정도다.

 
오바마 역시 IT산업이 앞으로 미국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것같다. 초고속인터넷망 투자가 50년대 미국 전역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만큼이나 전후방 산업효과가 크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IT정책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각료급의 국가최고기술책임관(CTO)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집집마다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하는 차원의 투자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료·에너지분야까지 인터넷을 접목해 '새로운 미국'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오바마의 정치슬로건처럼 IT를 통해 '미국을 위한 변화'(Change for America)를 주도할 작정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24위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다. IT로 불황에서 탈출한 미국이 부시정권 8년 동안 IT정책을 뒷전으로 밀어낸 탓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직후 정책적으로 IT산업을 육성한 덕분에 지금은 전세계에서 'IT강국'으로 통한다. 그러나 IT분야를 핵심축으로 선택한 오바마 정부와 IT투자를 오히려 줄인 이명박 정부의 4년 후 미래도 그대로일까. 부시정권처럼 우리도 IT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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