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기대감의 한계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1.20 17:09
기대는 더 큰 기대를 낳는다. 기대로 올라간 증시는 더 큰 기대를 필요로 한다. 디딜 곳이 없기에 현상 유지를 위해서도 새로운 기대를 재생산해야 한다. 코스피지수는 다시 지난해 폐장일 수준이다.

이리 저리 열심히 뛰고, 페달도 밟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기대감의 한계다.

20일 코스피 종가는 1126.8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폐장일 종가가 1124.47인 점을 감안하면 1월 들어 13거래일 간 2.34포인트(0.2%) 상승에 불과한 셈이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0.2%에 불과한 오름세지만 우여곡절은 많았다.

연초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난 7일에는 종가 1228.17까지 오르며 1200선 안착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하지만 7일 이후 9거래일 만에 1126선으로 물러나며 101포인트 하락, 연초의 기대감은 잠시 숨고르기를 요구하는 상태다.

20일 국내증시는 유럽에서 불어닥친 금융불안에 몸서리 친 하루였다. 미국증시가 마틴루터 킹 데이를 맞아 휴식을 취한 틈새를 유럽의 칼바람이 파고들었다.

영국 2위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지난해 280억파운드(414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RBS 주가는 66.0% 급락했다. 크레딧스위스가 6.7% 내렸고, HSBC홀딩스 6.5%, 바클레이즈 10.2% 등 쟁쟁한 유럽의 은행들이 냉기를 불러 일으키면서 국내증시도 한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잇단 금리인하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경기부양의 정책 기대가 실적악화와 경기침체라는 고질이 고개를 들면서 두려움에 떠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기대는 상당부분 증시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외 정책기대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그나마 증시가 버틴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임도 강조했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양 본부장은 "미국정부를 비롯한 전세계 정책당국이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은 천천히 효과를 발휘하게 마련"이라며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대한 투자 등 경기부양책은 모르핀을 맞은 것처럼 효과가 바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본부장도 "당분간 글로벌증시는 철저하게 동조화를 이뤄갈 공산이 크다"며 "여전히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등 세계의 주택가격 회복이 두드러진 터닝포인트를 나타내지 않는 만큼 성급한 마음은 자제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억1495만주와 3조7327억원으로 올들어 최저였다.

개인과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금액을 비교하면 시장에 대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개인은 매수 2조4200억원, 매도 2조2307억원 등 2조원이 넘는 매수와 매도금액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매수 4545억원과 매도 5266억원으로 매수와 매도금액이 5000억원 수준이었다.

기관은 매수 5683억원, 매도 7650억원을 나타냈지만, 프로그램 매수(2998억원)와 매도(5998억원)를 감안하면 실제로 기관도 외국인처럼 쉬어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시장은 방향성 없는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스권 흐름속에 종목별 움직임이 차별화되는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봄에 볍씨를 뿌리고 여름 땡볕에 알이 여물기도 전에 낱알이 돋아나기를 바라기 보다 한 템포 숨을 돌리는 전략도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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