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현장 화재 "경찰진압 저항 과정 불"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9.01.20 11:29

(종합)철거민 4명사망 17명부상… 경찰·소방당국 사고원인 조사중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사업 추진에 반대하며 상가건물을 점거한 채 경찰과 극렬하게 대치해 온 철거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다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일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전 7시42분께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대로변 재개발구역 내 4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옥상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머무르다 변을 당했으며 이날 사고로 진압에 나선 경찰관 4명도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또 이날 진압작전에 투입된 서울경찰청 특공대 1대대 소속 김모(32)경장은 진압 과정에서 실종됐다.

현재 부상자들은 한강성심병원과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중상자들이 많아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날 사고는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기 위해 철거민들이 미리 준비한 시너에 불을 붙였다가 망루에 불이 옮겨 붙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 황모(39)씨는 "경찰이 강제 진압에 착수한지 30여분 만에 갑자기 건물 옥상에서 화염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망루 부근에서 철거민으로 보이는 시신 4구가 발견돼 수습했으며 건물에서 뛰어내린 1명은 생명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이날 철거민들이 농성을 위해 준비한 시너에 불을 붙였다가 망루에 불이 옮겨 붙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부상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날 경찰특공대와 기중기 등을 투입해 오전 6시40분께부터 강제 진압에 착수, 시위를 벌이던 상인 25명을 연행했다.

사고가 난 용산4구역 재개발구역은 2006년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30일 용산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지난해 7월16일부터 이주 및 철거가 시작됐다.

총 5만3441㎡(1만6166평) 규모의 대지에 삼성물산·대림산업·포스코건설이 합작해 4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6개동을 짓는 도심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 과정에서 터전을 잃은 상가·주택 세입자들은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용산구청과 시행사 등을 상대로 보상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19일 새벽부터 철거반원과 경찰에 맞서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왔다.

한편 김석기 경찰청장은 이날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부상자 명단이다.

△노정환(29·안면부 화상)△조현민(29·안면부 화상)△최윤석(37·안면부 화상)△권성철(34·안면부 화상)△성영낙(31·안면부 화상)△강인규(32·안면부 화상)△김양신(36·연기흡입)△이창원(38·연기흡입)△지석준(40·좌측발목골절)△이충연(37·연기흡입)△김용근(51·다리골절)△천주석(47·다리골절)△배명우(35·안면부 화상)△박찬현(38·안면부 화상)△양문석(25·손바닥열상)△김영숙(45·여·경상)△남기춘(38·안면부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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