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 현·선물 매도 배경은?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1.20 10:38

올들어 소폭 순매도 전환..이익실현·기술적매도 탓

올 들어 외국인이 채권 현물과 선물을 동반 매도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귀추가 주목된다. 일부에선 외국인들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진행되면서 국내 채권을 본격 매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그간 대량 매수했던 물량 일부를 이익실현 차원에서 팔았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또 최근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자 일단 채권을 팔아 달러로 바꿔 놓겠다는 심리도 단기적인 매도세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오전 10시31분 현재 장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33계약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전일 193계약 순매도했으며 올해 들어 12영업일 가운데 4번을 빼고 매도우위를 보여 누적 순매도량은 743계약(19일 기준).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3만3587계약 순매수한 후 소폭이지만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도 연초 이후 913억원(증권업협회 19일 기준) 순매도했다. 국고채(-2238억원)와 은행채(-1511억원)를 위주로 팔았다.

그러나 외국인이 매도 추세로 돌아섰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단기적인 이익실현성 매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성민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국채선물은 지난해 12월 이후 누적 순매수량이 1만2000계약 수준으로 그간 무거워졌던 매수 포지션을 줄여 이익을 얻으려는 차원"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원화가치 하락)에 있기 때문에 채권을 팔아 달러로 바꿔 놓으려는 심리를 가중시킨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채선물의 경우 지난 16일 외국인의 매매 기준 잣대로 삼는 20일 이동평균선(112.05)이 무너지면서 단기적으로 매도 물량이 급증한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준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같은 견해다. 그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는 20일 이동평균선에 따라 기술적 매매를 한 결과"라며 "현물도 작년처럼 뚜렷한 디레버리징을 보이며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기엔 매도량이 크지 않아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채권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상황이고,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도 살아 있어 투자 매력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통화스와프(CRS)와 연계된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장훈 하이자산운용 채권본부장은 "작년말 외국인들이 산금채와 중금채를 매수하고 CRS 고정금리를 주는 거래를 했는데 최근 스와프베이시스(채권금리-CRS금리)가 확대되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해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본부장은 "외국인들이 2차 금융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갖고 있지만 공격적인 매도로 전환했다고 보기엔 무리"라고 덧붙였다.

CRS 거래는 주로 외국인들이 사용한다. 외국인이 달러를 빌려 국내 채권을 살 때 CRS를 통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 거래 상대방에게 고정 금리를 주는 구조다. 예컨대 현재 1년짜리 CRS 금리인 -0.1%를 주고, 금리 2.66%인 1년물 통안채를 사면 2.76%포인트 차익이 가능한 셈.

정성민 애널리스트는 "CRS금리가 내려가고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 스와프베이시스가 확대되는데 이럴 경우 고정금리를 줬던 부분과 채권금리 양쪽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다"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채권을 팔면서 매도 물량이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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