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은행주를 봐!"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 2009.01.20 11:15

유럽발 금융위기 시장에 찬물…은행주 4% 가까이 급락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좁혀졌다 벌어지기를 반복하는 흐름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펀더멘털을 보자니 주식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다가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면 안도랠리가 펼쳐지는 양상. 뚜렷한 방향성 없이 냉탕과 온탕의 반복인데 이날 시장 흐름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신임 대통령의 취임이 기대감의 종결이 아닌 연속이라는 희망과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실물 경제를 구해낼 것이라는 기대는 보란듯이 빗나갔다.

시장의 온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다. 사실 유럽 지역의 금융회사 부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경고는 투자가들 사이에 연초부터 제기돼 왔다. 유럽 금융회사가 부채담보부증권(CDO)를 포함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한 금액이 오히려 미국 투자은행(IB)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지난 연말까지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반기 결산을 계기로 실체를 나타낼 것이라는 것.

전날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C)가 영국 기업 사상 최대 연간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과 함께 주가가 70% 가량 폭락, 잠재돼 있던 우려에 불을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부실 자산을 보증하고 영란은행이 은행권으로부터 증권을 직접 매수하도록 하는 등 전례없는 구제금융 계획을 내놓았다. 주요 외신은 영국의 2차 구제금융 규모가 1000억 파운드를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20일 코스피시장에서 은행주가 큰 폭으로 하락, 구조조정 방안 확정에 따라 건설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며 금융위기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

장중 은행 업종지수는 3.6% 급락중이다. KB금융이 5% 가까이 떨어졌고 신한지주도 3.5% 내림세다. 우리금융이 3% 가까이 하락했고 하나금융지주가 4.6% 내림세다.

반면 건설업종 지수는 2%에 가까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3.7% 오르는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물산(0.5%)과 대우건설(2.6%) GS건설(1.9%) 대림산업(1.1%) 등 주요 건설주가 시장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영호 FSI원장은 "유럽 금융권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잠재된 상황에 영국 RBS 문제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융주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물 경기의 침체가 금융권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 은행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 역시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KB증권이 기업 구조조정 관련 채권 규모가 5조6000억원, 잠재 손실이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자산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모간 스탠리는 2기 경제팀 출범으로 은행 섹터에 대해 매수 관점으로 돌아서기에는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매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매크로 변수 역시 부정적이라는 것. 또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고정이하 여신 추이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 신용 악화의 실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은행주의 약세는 내부적인 요인보다 금융위기라는 큰 틀에서의 글로벌 위기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계된 부실 문제는 부분적인 사안일 뿐 글로벌 자금시장 한파에 따른 구조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얘기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글로벌 자금시장의 교착 상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내 은행의 외화 조달이 어려워지고, 금융 구조조정과 정부의 부양책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경기가 더 나빠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부양책이 금융회사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글로벌 금융주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실물 경기가 나빠지면서 금융권의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리스크와 함께 신자유주의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선회, 금융업계의 영업 환경이 팍팍해질 것이라는 것.

김한진 부사장은 "부실 금융회사를 통폐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 사업 부문별로 분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금융회사에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우겠다는 오바마 정권의 의지도 금융주에 부담"이라며 "의회의 승인을 얻은 공적자금을 은행보다 소비를 살리는 데 투입하는 움직임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위기가 막바지 국면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버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장중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30포인트 이상 확대, 1120선 아래로 밀렸다. 지수는 전날보다 31.33포인트, 2.72% 내린 1119.33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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