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기업노력 '각양각색'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9.01.19 17:25

'감사 핫라인 공개' '내부자고발 보장' 등… "경제위기 빌미로 부패용인 안돼" 우려도

↑ 19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반부패 세계동향과 기업의 과제' 심포지엄 현장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기업내 비리 관련 내부고발자 신원보장' '협력업체에 회사 내 감사위원장 핫라인(직통전화) 번호 및 전용 이메일 계정 공개'. 기업들이 자사와 관련한 부패척결을 위해 내건 다양한 조치들 중 일부다.

19일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와 한국투명성기구(TI) 공동 주최로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반부패 세계 동향과 기업의 과제' 심포지엄에 SK텔레콤·LG화학을 비롯해 지멘스·듀폰 등 국내외 기업 관계자들이 참가해 자사의 투명·준법·윤리 경영 방침을 소개했다.

각 회사의 반부패 담당자인 이들은 하나같이 "부패행위는 사회 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부패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뇌물공여 혐의 수억유로 벌금낸 지멘스 등 '분골쇄신'= 전 세계에 걸쳐 332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4억달러(1조900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미국·독일 검찰에게 기소돼 지난 2년간 수억 유로의 벌금을 내야 했던 지멘스.

이 회사는 이제 윤리경영 전략을 짜기 위한 컨설팅 비용으로만 8억5700만유로(1조5622억원)을 쓰는 등 투명기업·준법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멘스코리아의 플로리안 스튜왈드 준법감시인은 △전 세계 사업장에 근무하는 지멘스 직원이라면 그 누구라도 항상 사내 비리 관련 제보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운용하고 △윤리경영에 관한 지침이행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외부로부터의 선물이나 금전적 혜택 제공에 관한 지침을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튜왈드 준법감시인은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부터 1년간 175건의 규정·법규 위반 사례를 적발해 징계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임정택 듀폰코리아 전무 역시 이날 발제자로 참가해 "'윤리경영'은 '인간존중' '환경' '안전보건'과 더불어 우리 회사의 4가지 핵심가치 중 하나"라며 "부패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내 부패요소 척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무는 자사 윤리경영 방침을 담아 13개 국어로 번역, 주요국 사업장에 배포된 '듀폰 행동규범'을 소개하며 "듀폰 내부 감사조직을 통해 조사를 수행하고 국가별 윤리위원회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윤리위원회를 통해 최종 제재조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규칙을 어겨도 괜찮다' 혹은 '개인적으로 얻는 게 없으므로 규칙을 어겨도 된다' 등 잘못된 생각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19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반부패 세계동향과 기업의 과제' 심포지엄 현장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SKT·LG화학 등 "비리적발되면 면직·감봉등 강력 조치"= SKT의 김영환 기업사회책임(CSR)담당 팀장은 "국내 SKT의 비즈니스 파트너(BP, 협력업체)는 총 4400여개사로 이들에게 SKT 감사위원장 핫라인(직통전화) 번호와 전용 이메일 계정을 알려 부패 등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4400여 협력사 중 '특정 시기 거래금액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우리와 거래를 잘 하던 기업이 갑자기 거래를 중단'하는 등 사례가 있는 69개사를 별도로 선정해 투명경영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협력사 거래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T가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2002~2008년간 10명을 면직처분한 것을 비롯해 정직(停職, 5명), 감봉(7명), 견책(12명), 경고(42명) 등 징계처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손호준 LG화학 윤리사무국 부장 역시 이 회사가 제보시스템을 운용하면 50~60%는 단순한 고객 불만이지만 10% 정도는 직원비리와 관련한 제보가 들어온다며,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지난 2007년에만 10명을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손 부장은 "고의적인 부패가 아닌데다 편법으로 조성된 자금을 영업활동비·회식비 등 사익이 아닌 목적으로 사용했다더라도 다 처벌됐다"고 덧붙였다.

◇"경제위기 빌미로 부패 용인하면 안돼"= 이에 대해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반부패만 따로 떼서 논의하면 조직 구성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생기며 직원을 '부패에 빠질 수 있는 존재'로 보고 모니터링과 처벌에만 치중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19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반부패 세계동향과 기업의 과제' 심포지엄 현장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그는 "반부패라는 명목으로 인권을 침해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반부패는 인간 존중의 문제, 인권의 문제, 종업원 권리와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최근 경제상황이 위기를 강조하다보니 기업들의 편법 경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반부패 문제는 어려운 일이지만 사회 분위기가 기업을 부패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진희 한국TI 사무처장은 "항간에 도는 이야기로는 건축·건설 등 업종의 대기업들이 협력업체가 비리·부패 행위를 대행하도록 한다는 말이 돈다"며 "협력사 관계 정립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외부 규제가 다수 풀리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기업은 더 자기 규율에 철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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