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옷 벗길 일 있으세요?"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09.01.19 16:07

애널, '비관적' 실적에도 입 닫아… 보고서 중단 등으로 의견피력

"A종목은 '매도'예요. 지금이라도 팔아야죠."(B증권사 애널리스트)
"그럼 기사에 '매도'라고 쓸게요."(기자)
"누구 옷 벗길 일 있으세요?"(B증권사 애널리스트)

올 들어 시장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A종목. 지난 주 14일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자에게 A종목의 주가 하락 이유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장시간 얘기 끝에 밝힌 투자의견은 '매도'. 하지만 “기사화는 절대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경기불황에 상장사들의 '어닝 한파'가 몰아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입이 ‘꽁꽁’ 얼어붙었다.

펀드매니저, 상장사, 투자자 등 애널리스트를 보는 눈이 많은데 '매도'처럼 그들에게 불리한 의견을 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실적 시즌에 애널리스트들의 입은 더 무거워진다.

19일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나온 기업분석 보고서는 총 1336개. 지난해 4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평균 15% 감소했다는 비관적 예상에도 불구하고 '매도' 의견은 한건도 없었다. 투자의견이 변경된 경우는 62건으로, 이중 24건은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18건은 '매수'에서 '시장수익률'(Marketperform)로 각각 하향조정됐다.

정부의 '입단속'도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발언에 부담을 준다고 증권업계는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공용 이메일·메신저를 원칙적으로 사용하되 개인 이메일을 사용할 땐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내부통제 규준을 전 증권사에 시달했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문화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순수하게 독립적인 보고서를 내기는 힘들다"며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인터넷, 메신저 단속을 강화하면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 간접적으로 부정적 투자의견을 전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아예 해당 기업 보고서를 안내거나 동종업계 경쟁사의 장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방법. 해당종목을 커버리지(분석대상)에서 슬그머니 빼는 경우도 있다.

D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이 큰 종목인데도 최근 보고서가 뜸하다면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금호산업을 분석종목에서 제외했다. 백재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서치센터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해 금호산업을 분석에서 제외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마지막 투자의견 제시로, 향후 추가적 제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 시가총액은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2조원을 넘었지만 현재 7000억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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