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개각, 금융통의 복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01.19 14:47

위기 속 재무부 출신 실력자들 전진배치

'모피아의 화려한 부활, EPB 전성시대 끝'

1.19 개각을 본 전직 관료의 평이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를 뜻하는 영문 MOF와 마피아를 합한 말로 통상 재무부 관료를 지칭한다. EPB는 옛 경제기획원을 뜻한다.

이들은 모두 경제 정책을 주도해 온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지만 정책별로, 사안별로 다른 시각을 내며 맞서온 '맞수'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정권은 모피아를 중용하기도 하고 EPB 출신을 발탁하기도 하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독 EPB 출신을 총애했다. 초대 기획예산처장관과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박봉흠 금융통화위원이 대표적이다. 최근 주미대사로 내정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EPB의 어른들이다.

특히 참여정부말 내각은 EPB 일색이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장병완 기획예산처장관, 변재진 전 보건복지부장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윤대희 국무조정실장, 유영환 정보통신부장관, 임상규 노동부장관 등 당시 내각은 대부분 EPB 라인으로 채워졌다.

상대적으로 '모피아'들이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과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 등만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왼쪽)과 진동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상황이 변했다. 물론 새 정부 출범 초만해도 '모피아'를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속 실력자들을 찾다보니 옛 선수들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1.19 개각은 그 정점이다.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인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금융위원장 후보자인 진동수 수출입은행장 모두 '모피아' 출신이다.


특히 대통령 곁에서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경제수석에 재무부 출신(윤진식 전 산업자원부장관)이 임명된 게 눈에 띈다. 그간 경제수석 자리는 EPB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도 한 솥밥을 먹던 사이다. 여기에 집권 여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포함하면 정부 여당 핵심 경제 라인이 옛 재무부 진용으로 짜여진 느낌이다.

이를 두고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선택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전직관료는 "금융위기의 시대에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평시에 필요한 그룹과 위기 때 필요한 그룹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인사권자의 스타일도 묻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거대 담론과 청사진을 좋아하는 노 전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리는 EPB와 뜻이 맞았다면 실무, 실용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손에 피를 묻힐 수도 있는 재무 관료와 더 코드가 맞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핵심 의원은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고담준론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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