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경제 소방수' 윤증현의 '컴백'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1.19 14:00

원칙주의 고수, 참여정부 금감원장 시절엔 386과 갈등 겪기도

1.19 개각에 따라 제2기 'MB노믹스'를 이끌게 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합리적인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참여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주의자'로 이른바 386세력과는 갈등이 심했다. 반면 시장주의 원칙을 고수해 시장의 신뢰는 두텁다.

이런 점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10월 발족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초청되는 등 현 정부와 지근거리를 유지해왔다. 또 경제팀 교체 논의가 있을 때다마 차기 재정부 장관 '0순위'로 거론돼왔다.

윤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 10회에 수석으로 합격한 전형적인 수재형 엘리트다.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시절에 국제금융과장과 은행과장, 금융과장, 금융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재경원 내에서는 차관은 물론 미래의 장관감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터진 외환위기는 그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외환위기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연대책임이 지워졌고 1999년부터 5년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직을 맡아 변방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때인 지난 2004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2007년 8월까지 금감위원장 임기를 채웠다.

윤 후보자의 강점은 '소신'과 '뚝심'에 있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재경원 금융정책시장 시절 국내외 금융정책을 잡음없이 총괄하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도 그를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금감위원장 때는 주위의 만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재벌과 거리를 두려했던 정권에 밉보일 것이 분명한 금산분리 완화를 줄곧 주장해왔다. "기업이 번 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기업에 척을 지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친기업적인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윤 후보자는 임기 내내 청와대 386들과 '코드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윤 후보자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재정부 간부는 "정책의 원칙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불도저 같이 밀어붙이면서도 부하들의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수용할 줄도 아는 덕장의 풍모를 갖췄다"고 말했다.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도 탁월하다는 평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한참 전인 올해 초부터 그는 후배들에게 "파생상품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조언해왔다.

윤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으면서도 다른 퇴임 경제관료와는 달리 방송과 신문지면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훈수를 두는 등 '소신대로' 행보를 이어왔다.

윤 후보자는 올해 초 개각설이 불거진 과정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멤버로 주미대사로 임명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복기해보면 사실상 차기 재정부 장관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윤 차기 재정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것은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잠재울 '특급 소방수' 역할이다.

'준비된 소방수'로 평가받는 윤 후보자가 전임 강만수 장관이 실패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훌륭한 조타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그에게도 위기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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