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녹색뉴딜 VS IT뉴딜

전원하 KRG 대표 | 2009.01.20 09:39
비교 분석에 맞춤한 자료 두 편이 여기 있다.

하나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녹색뉴딜 계획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발표한 IT 뉴딜 제안으로, 정보사회진흥원에서 정리했다. 두 자료 모두 작금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다루고 있다.

발표 시기도 연초로 비슷하고, 일자리 창출에 주안을 두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재정 투입 규모는 녹색 뉴딜이 50조원인데 비해 IT 뉴딜은 300억 달러니 약 40조원쯤 돼 차이가 나지만 둘 다 염청난 규모이긴 매한가지다. 다만 녹색뉴딜은 2012년까지 투입규모이고 IT뉴딜은 1년간 투자규모이다.

특히 공교로운 것은 만들어지는 일자리 규모이다. 두 계획 모두 약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녹색뉴딜 계획에서는 올해 14만 명, 2010년 26만 명, 2011년 30만 명, 2012년 26만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총 96만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IT뉴딜 제안에서는 브로드밴드와 헬스IT, 스마트 전력 그리드 등 3대 IT 인프라에 각각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각각 49만8000 개, 21만2000 개, 23만9000 개 등 총 94만9000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것은 이런 겉모양뿐이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두 계획은 전혀 핀트가 다르다. 우선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질이 큰 차이가 난다.

녹색뉴딜 계획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96%가 단순노무직이다. 전문기술관리 직종은 3.7%에 불과하다. 사업 대부분이 토목과 건설 사업이기 때문이다. 50조원 중 32조원이 SOC 투자에 할애돼 있다.

진정한 녹색 투자라 할 수 있는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보급, 국가 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 등의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3조원 여에 불과하다.


반면 IT뉴딜 제안은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각종 기술직종과 함께, 관련 장비 제조 및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 창출에 직접 기여한다.

나아가 이러한 인프라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새롭고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이것이 소위 IT 투자에 의한 네트워크 효과이다.

이 자료에서는 예컨대 간선도로 구축과 같은 SOC 투자의 경우 국가의 물리적 인프라를 유지, 강화하는데 필요하긴 하나 자동차산업계의 혁신이나 자동차 타이어의 구매 등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낮음을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IT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 증가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이 의료IT 서비스 및 기기, 통신장비, 스마트 그리드 구성요소 및 서비스 등의 주요 수출기업이 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헬스IT 투자로 인한 의료서비스 개선, 브로드밴드 보편화로 인한 이러닝 등 교육기회 확대, 스마트 그리드로 인한 에너지 절감 등 삶의 질 개선 효과 역시 IT인프라 투자의 주된 성과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계획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녹색뉴딜 계획이 아무리 실효를 거둬도 우리 미래의 성장동력이 키워지고 갈 길 잃은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의 희망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임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IT뉴딜 제안이 목표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을 녹색뉴딜이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0조원이든 50조원이든 우리는 오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래를 담보로 돈을 끌어다 쓰려 하고 있다. 그러면 위기극복 방안을 만들며 그 미래를 함께 고려해 계획을 짜는 것이 우리에게 기꺼이 자신을 담보로 내준 미래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우리가 선진국에서 진정 배워야 할 것은 이렇게 미래를 배려하고 그 미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그들의 접근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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