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와 돌팔이, 투자자 마음 헤아리기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 2009.01.19 08:51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보기]<20>주가 떨어졌다고 위기는 아니다(1)

편집자주 |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조선 세조는 의약론에서 의사를 여덟 가지의 부류로 나누어 설명한 바 있다.

첫째는 “심의” 이다. 환자의 마음을 통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의사를 말한다.

둘째는 “식의” 이다. 입에 맞게 먹게 하는 의사이다. 즉 음식으로 치료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하면 대장금 이영애씨 같은 사람을 말한다. 여기까지가 소위 “경지에 오른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약의”이다. 약방문을 보고 그대로 약을 써서 치료하는 의사이다. 전공에 대한 공부만 많이 한 의사이며 원칙을 고수하니 유연성과 창의성이 좀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큰 실수는 없다.

넷째는 “혼의”이다. 말 그대로 정신없는 사람이다. 혼란해지면 같이 혼란해지고 뭘 해야할 지 우왕좌왕하는 의사이다. 공부는 많이 했지만 경험이 없어 가끔 문제가 될 뿐 결국은 경지에 오르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여기 까지는 그럭저럭 문제가 없다.

다섯째는 “광의”이다. 미친 의사다. 조심성 없이 함부로 약도 쓰고 침도 놓고... 책임은 없다.

여기부터는 좀 골치가 아프다. 약이 잘 맞으면 좋다하고 안 맞아도 별로 상관없다. 주로 목소리만 더럽게 크다. 그래도 좀 아는 의사이기에...가끔 큰 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큰 사고를 치기도 한다.

여섯째는 “망의”이다. 약을 쓰는데 그 약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는 자이다. 지금 자신이 하는 시술이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니 누가 위독하다고 주장하면 위독한 줄 알고 별 것 아니라고 주장하면 또 그런 줄 안다. 한마디로 중심이 없는 자이다.

일곱째는 “허의”이다. 의사인 척 하는 사람이다.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의사가 되고 싶어 의술이 전혀 없는 사람들 앞에서만 거드름을 피운다. 정녕 의사 앞에서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여덟째는 “살의”이다.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언변이 뛰어나고 똑똑해서 억지로 끌어 대어 상대를 병자로도 혹은 병이 있음에도 병이 없다고도 믿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장 위험한 부류이며 언제든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비단 의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형태의 전문가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와 같은 전문가들은 과연 어느 부류에 스스로 속하는지 자성을 할 필요가 있다. 자로고 병으로 몸이 상하는 것은 치료할 수 있지만 약으로 몸이 상한 것은 치료하기 힘들다고 했다.

개인들에게 전문가는 자칫 못된 약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못된 약으로 인해 병이 들었을 때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욱 치명적이 될 수가 있다.

필자 역시 지난 2007년 말에 향후 닥칠 심각한 위험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다. 백골난망(白骨難忘)이며 비슷한 실수가 없도록 뼈에 새겨 넣을 일이다.

사람의 마음까지도 치료할 수 있는 명의가 못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약방문에도 없는 진단이나 처방을 남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장에서 그런 일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지난주에는 온통 금융위기가 마치 다시 온 것인 양 분위기가 험악했다. 물론 하루에 7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모습마저 보여주었으니 공포감을 가질 만도 했다.

하지만 주가가 좀 하락했다고 해서 “이것은 금융위기다” 라고 단정을 지어 버리게 되면...또한 투자자들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면 상당히 무책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이유는 병증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듯이 증시 하락의 원인을 다르게 진단한다면 그에 대한 대책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용경색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돈들이 말라 붙어 버리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더 높은 금리를 주어야만 돈을 빌릴 수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금리는 폭등한다.

우리가 이미 지난 2008년에 금리의 폭등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금리가 폭등하는 시기는 아니다. 오히려 TED 스프레드가 하락하고 있고 EMBI 스프레드 역시 고점에서 이미 190BP나 하락했다. 저금리에 진저리를 치는 유동성들이 서서히 리스크를 감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까지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달러화에 숨어 있던 과잉 유동성들이 안전자산으로부터 빠져나와 리스크를 향해 나오는 시기의 초입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도 신용경색의 시기에 700BP를 넘나들 던 것이 지금은 300BP 수준이다. CD 금리는 지난주에 아예 2%대까지 내려왔었다.

뭘 보고 신용경색의 시기가 다시 오고 있다는 건가?

아무리 복막염이 유행이라고 배 아파서 온 사람은 무조건 복막염의 진단을 내릴 것인가?

지난주에 실적을 발표했었던 JP모건체이스의 경우 손실을 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치를 뒤집고 작게나마 이익을 발표했다.

물론 상각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이익의 규모는 얼마든지 임의로 조정이 가능하겠지만...그래도 일부 은행은 오랜만에 예상을 뒤집고 이익이 나기도 했다는 점은 적어도 호전의 기미는 보인 셈이다.

지금 수많은 전문가들의 은행업종에 대한 컨센서스는 4분기를 즈음해서 실적이 최바닥을 기록하고 서서히 호전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혹시 미국의 은행주가 지난주 갑작스러운 폭락을 거듭했었던 것만을 보고 금융경색을 걱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가가 빠지는 것은 그 외에도 상당히 여러 가지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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