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구제 2라운드로 접어든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09.01.18 11:37

정부은행 설립해 부실 자산 인수 추진…1980년대 RTC와 유사

지난해 미국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구제책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미국의 금융권 구제계획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씨티그룹이 '굿뱅크-배드뱅크'라는 두 개 사업부로 쪼개지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추가 대출지원을 받게 될 만큼 금융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금융권의 부실 자산을 직접 구제해 주는 '2단계 구제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

이는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사태로 금융권 부실이 심화되자 정부가 직접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해 부실 자산 처리에 나섰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현재 내 놓을 수 있는 카드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RTC는 S&L 사태에 따른 금융권 부실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정부 당국자들이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와의 논의를 거쳐 은행들의 부실 자산과 대출을 사들이는 정부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연방 정부가 은행들의 부실 자산에 대해 대규모 추가 보증을 실시하는 계획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쉴라 베어 FDIC 의장은 "최근 은행권 구제와 관련된 모든 계획은 시중 자금이 은행권으로 되돌아오도록 하는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대출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유화 은행' 설립에 맞먹는 강도 높은 2단계 구제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은행권의 부실이 당초 구제책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씨티그룹과 BOA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데다 씨티그룹은 사업부를 둘로 나누고 추가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 최대은행 BOA도 지난 4분기 18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며 17년 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씨티그룹도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부실 자산을 이기지 못해 굿뱅크와 배드뱅크 부문 분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미 재무부는 지난 16일 BOA에 대해 공적자금 200억달러 투입과 1180억달러 자산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합의했다.

지난해 씨티그룹과 BOA에 각각 투입된 450억달러와 250억달러의 공적 자금이 재무상황을 개선시키는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정부 구제자금이 금융기관 보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소진되고 또다시 지원이 필요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금융기관이 대출에 다시 나서지 않으면 경제의 전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실자산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상황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특히 부실한 모기지증권과 파생상품 가치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도 이른바 금융권의 부실자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배드 뱅크'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 부실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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