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딜레마 "경기·은행을 한번에?"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9.01.17 16:05

실물경제·신용시장 동반 침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권 구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차기 정부 경제팀과 밀접한 소식통들을 인용, 오바마 당선인이 부실 자산 매입 등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의 금융권 지원 정도는 이전 행정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TARP 금융권 투입 여부, 아직 미정

차기 정부 경제정채책을 결정하게 될 이른바 오바마 경제팀은 7000억달러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중 남은 3500억달러를 주택 압류 구제와 재정 난에 허덕이는 시, 주정부 지원에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해놨다. TARP 잔여분 집행에 대한 의회 승인도 얻어냈다.

하지만 현 조지 W 부시 행정부처럼 TARP 자금을 금융권에 직접 투입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사들의 추가 부실 내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월가 지원 필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최근의 금융주 주가 급락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지명자,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 등 오바마 경제팀에게 빠른 결단을 강요하고 있다. 신속하고 공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신용시장 불안이 재확대되고 이로 인해 미국의 경기 침체도 장기화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통과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얀 시카고대 재정학 교수는 실물 경제와 신용시장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용시장 불안이 실물 경제 침체으로 전이된 반면 지금은 실물 경제 위축과 신용시장 불안이 상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얀 교수는 이에 따라 금융권으로 추가 공적 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실물 경제와 신용시장 양쪽을 동시에 회복시키지 않는 한 위기 탈출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 현 경제관료, "금융사 지원" 한목소리

오바마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현 정부 관리들도 잇달아 정부의 금융사 지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TARP가 유동화가 어려운 부실 자산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고 쉴라 베어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 총재도 공적 자금 투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재무부와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 FDIC 등 관계 당국이 차기 정부 출범 이전 서둘러 BOA 유동성 지워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이날 BOA에 200억달러 추가 대출과 1180억달러 규모의 채권 보증을 약속했다.

◇ 오바마의 딜레마, "경기냐 은행 회복이냐"

지난해 이미 신용시장 혼란에 굴복, 침체 국면에 접어든 미국 경제는 거듭 추가 악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날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54년 이후 최소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2% 감소했고 공실율은 2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경제팀은 경기 부양과 신용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실패한 구제금융이라는 평가를 받은 부시 행정부의 신용시장 대책을 개선하는 한편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의 집행도 서둘러야 한다.

오바마 당선인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정부와 의회간, 전 정부와 현 정부간 입장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느냐에 오바마 경제팀의 성패가 달려 있다.

8250억달러 경기부양책을 둘러싸고는 이미 당내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TARP 잔여분 집행 승인 표결시 일부 민주당 의원은 오바마 당선인의 감세안에 불만을 갖고 반대표를 던졌다.

TARP 집행 내용에 대해서도 의견 충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서머스 내정자는 최근 오바마 당선인이 TARP 집행에 대해 이전 정부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인과 새 경제팀은 TARP 자금을 금융권보다 주택 압류 구제와 지방정부 재정 지워에 집중시킬 방침이다. 서머스 내정자는 이미 TARP 중 500억~1000억달러를 주택 압류 구제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방침대로라면 금융사 부실 자산 매입 등에 쓸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신용시장 불안 재확산이라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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