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배드 뱅크' 쪼개진 씨티.."갈 길 멀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1.17 06:41

10년만에 '원스톱 뱅킹'포기...씨티홀딩스에 부실자산 몰아 분리


-10년만에 '금융 슈퍼마켓' 포기
-씨티 코프, '알짜'집중..기존 경영진이 관리
-씨티 홀딩스, 7-8년 존속 전망, 경영진 미정
-'화장'불구, 자산매각 자본확충 등 과제 여전


씨티그룹이 결국 10년만에 두개로 쪼개진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융슈퍼마켓' 내지 '원스톱 뱅킹'의 원조로 통해온 씨티그룹이 결국 생존을 위해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분리된다.
16일 씨티는 성명을 내고 그룹을 '씨티코프'와 '씨티홀딩스' 두 개로 분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당분간은 '씨티그룹' 이름 아래 남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산매각 등의 절차를 밟아 별개의 회사로 갈라지게 될 전망이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최대한 분리작업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뱅크' 씨티코프, 팬디트 CEO가 계속 경영

씨티코프는 씨티그룹내 전통적인 은행 예대 자산을 맡게 된다.
10년전 샌디 와일 전 회장이 '금융슈퍼마켓' 혹은 '원스톱 뱅킹'그룹을 만들기 이전의 씨티코프가 되는 셈이다.

씨티코프는 도매 및 소매은행 업무에 주력하게 된다.
도매 은행업무에는 기업 및 투자은행간 자금중개과 프라이빗 뱅킹업무가 포함된다.
소매 은행은 신용카드업무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상업은행 및 소매은행 지점을 포괄한다.

씨티코프의 자산은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가운데 65%는 예금자산이 될 것이라고 씨티측은 밝혔다. 팬디트 CEO는 씨티그룹 전체 수익의 80%를 씨티코프에서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씨티코프는 기존의 투자은행 및 파생상품 부문에서 발생한 부실자산을 모두 떨어버리고 '굿 뱅크'로서 재탄생한다는 말이다.

씨티코프는 비크람 팬디트 CEO가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 '배드뱅크' 씨티 홀딩스, 매각 절차

비은행 업무와 부실자산 관리는 씨티홀딩스가 맞게 된다.

씨티 홀딩스의 주요 자산은 증권중개, 자산운용으로 구성된다.
스미스바니를 모건스탠리에 매각, 새로 탄생하게 되는 주식중개회사 지분 49%도 씨티 홀딩스가 보유한다.


니코 코디얼 증권, 니코 자산운용, 프리메리카 파이낸셜 서비스 등 증권 및 비은행 자회사도 씨티 홀딩스가 지배한다.
이밖에 미국내 소비자금융회사인 씨티 파이낸셜, 씨티모기지도 관할하게 된다.

씨티그룹은 궁극적으로 씨티홀딩스의 자산 대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 홀딩스는 정부의 손실 보증 대상이 되는 3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게 된다. 적극적인 자산운용보다는 기존 자산이 만기가 돌아오면 이를 회수하거나, 차후 구조조정 펀드 등에 매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 홀딩스의 총자산은 8500억달러에 달한다.
모닝스타는 보고서에서 "씨티홀딩스는 정부가 보증한 3010억달러의 자산이 운용되고, 기타 사업부문이 매각되는 수년간 존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드뱅크'인 씨티 홀딩스의 경영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시티측은 밝혔다.

◇ 실적, '예상보다 심각'...작년 손실 187억달러

이날 사업부 분리와 함께 발표된 4분기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도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는 지난 4분기 82억9000만달러(주당 1.72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톰슨로이터스는 순손실이 주당 1.1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중 대손처리와 이에 따른 상각액만 283억달러, 지난 한해 동안 손실은 187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씨티그룹은 여전히 자기자본 비율이 11.8%로 건전성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발표한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평가했다. 발&케이너 투자자문의 매트 맥코믹 펀드매니저는 "사람들은 씨티의 실적이 나쁠걸로 예상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평가했다.

◇ 그룹분리 '화장발' 불과, 갈길 멀다..주가 추가 하락

씨티그룹 주가는 지난 한해동안 87% 폭락했다.
최근 이틀간 40% 폭락한 씨티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부실자산을 한데 몰아서 씨티은행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새롭게 재탄생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홀랜드&컴퍼니의 마이클 홀랜드 대표는 "(씨티그룹의) 악몽이 끝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첫 걸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모닝스타는 씨티그룹의 전략적 분할이 '굿 뱅크'부문을 분리해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단기적인 '화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가자본확충이나 자산매각 등 근본적인 체력보강에는 갈길이 멀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이날 주가는 또다시 8.62% 급락, 3달러 50센트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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