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설·조선사 퇴출' 재평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 2009.01.16 19:50

[상보]'기타조정항목' 기준 보완, 퇴출기업 '회생' 가능성도

은행들이 건설·조선사의 퇴출 기준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신용위험 평가항목에 일부 모호한 부분이 있어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는 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퇴출기업으로 선정된 건설사가 회생 대상으로 재분류 되거나 거꾸로 회생대상 기업이 퇴출기업으로 바뀌는 등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조선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완 작업이 진행 중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 은행들은 전날 건설사 구조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서 신용위험 평가항목 중 '기타조정' 부문을 수정·보완하기로 결정했다.

기타 조정 항목은 △사업구조 및 자금상황의 급격한 변동 △저가수주 △공사미수금 회수전망 △관급 및 해외공사 선수금 유입전망 △회계감사의견 △분식회계여부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구성된다. 이 평가에 따라 총점 100점에서 5점을 더하거나 뺄 수 있어 평가 대상 건설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

재무항목이나 비재무항목에 대한 평가는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어 은행들이 재량권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기타조정 항목은 평가 은행들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해 채권 은행별로 점수가 상이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15일 금감원 간담회에 참석했던 은행장들도 이 같은 점에 공감하고 해당 항목에 대한 조율 필요성을 언급했다.

예컨대 한 은행은 저가수주가 없고 미수금도 즉각 회수될 수 있어 5점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은행은 저가수주 탓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수금 회수도 불투명하니 3점을 빼야한다는 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부항목에 평가은행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채권 은행별 이견이 많아 점수를 조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세부항목들을 보완하기로 했다"며 "세부항목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증빙이 있을 때만 가산점을 줄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다"고 말했다.


자금상황 변동항목의 경우 '계열사 지원 및 자산매각 등을 활용한 자금 확충이 실제 진행 중 인가'라는 기준이 추가됐고, 저가수주에는 '향후에 사업수익성을 저하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평가 한다'는 내용이 보완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간단한 종합의견만 제시해 배점했으나 이젠 세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못하도록 했다"며 "최대한 주관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평가하도록 한 만큼 외부압력이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업체별로 신용위험 점수는 1~4점 가량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 자체는 크지 않으나 건설사들의 운명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와 C등급(워크아웃 기업)과 C등급과 D등급(퇴출 기업) 등 경계지대에 있는 업체가 워낙 많은 탓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위험평가 대상 건설사 94개 중 C등급 업체는 13개사, 퇴출대상인 D등급 업체가 3개사로 나타났다.

한신평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 분석 상 비재무 점수가 평균 2점 상승할 경우 C, D등급 업체수가 12개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대의 경우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조선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에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로 결정했다.10점이 배점된 기타조정항목에서의 평가를 비롯해 경영능력 점수 등의 근거 등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다만 조선사는 대부분 평가항목이 객관적인 수치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업체는 건설사에 비해 수가 적은 데다, 평가기준에 대한 이견이 적은 편"이라며 "다만 경계지역에 있는 업체는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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