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사 구조조정 미진 때 은행 문책"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9.01.16 16:32

금융당국, 신용위험평가 철저히 검증

금융당국이 건설사와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미진할 경우 은행 평가결과를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특히 신용위험평가가 부실한 것으로 판단되면 관련자 문책 등 책임을 철저히 묻는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거래 기업의 로비와 퇴출시 대손충당금 부담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을 늦추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6일 "정부가 은행 등급평가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적정성 여부를 살펴볼 수는 있다"며 "구조조정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은행 등급평가가 적절했는지 검증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거래기업 퇴출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평가점수를 후하게 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면 채권은행간 이견조정이 어려워져 결국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실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관련자를 문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각 은행장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엄격한 잣대를 갖고 구조조정 작업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카드' 왜 꺼냈나=은행들이 원칙에 충실하게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토록 하기 위해서다.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C·D등급이 예상되는 기업들이 등급 상향을 위해 전방위 로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건설사와 중소형 조선사 관계자들이 거의 은행 본점에 진을 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심지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을 통해 평가결과를 알아내려는 기업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검증 카드는 은행 입장에서 '외풍'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당국이 등급평과 결과에 대해 검증에 나서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도 거래기업의 퇴출이 반갑지 않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를 고민 중인데 퇴출기업이 발생하면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탓이다. 거래기업이 부실로 판정되면 당시 대출 담당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은행들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기타조정' 항목이 '최대 변수'=시장의 관심은 신용위험평가 기준 중 '기타조정' 항목으로 쏠린다. 재무나 비재무항목 평가는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어 은행들이 재량권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기타조정' 항목의 경우 판단에 따라 10점 가까이 차이 날 수 있다. 10점을 받으면 평가등급이 한 등급 올라갈 수 있어 퇴출기업(D등급)이 워크아웃(C등급)을 통해 회생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이 92개 건설사와 19개 중소 조선사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건설사는 14∼18개, 조선사는 2∼4개 업체가 C·D등급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들이 큰 이견을 보이는 것도 이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금감원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은행장은 "은행간 (기타조정 항목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경우 기타조정 항목으로 ±5점이 배정됐으며 △사업구조 및 자금상황의 급격한 변동 △저가수주 △공사미수금의 회수전망 △관급·해외공사 선수금의 유입 전망 △분식회계 및 허위자료 제출 여부 등이 포함됐다. 조선사는 금융권 연체 발생 여부(대지급 포함)와 소송 여부 등을 기타조정 항목으로 평가해 최대 10점을 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에서 주말 은행간 이견을 보이는 기타조정 항목점수를 다시 산정해 최종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며 "일부 업체의 경우 B등급에서 C등급으로,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 대상 발표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애초 당국은 16일까지 은행들의 개별 평가를 마무리하고 23일까지 이견 조정을 거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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