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국세청장의 '불운'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9.01.16 11:25

세무조사 등 권한 막강... 조직의 '시스템화' 절실

-전군표·이주성 前청장 구속수감중
-그림의혹으로 진흙탕 내부암투 드러나
-공정성 훼손으로 세수행정 차질 우려


17대 국세청장인 한상률 청장이 16일 공식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계속되는 국세청장의 불운에 국세청 분위기는 여느때보다 훨씬 가라앉았다.

‘투명세정’을 기치로 내걸고 국세청 이미지 제고에 나섰던 한상률 국세청장은 결국 ‘그림’과 ‘골프’에 무너졌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의 폭로로 시작된 ‘그림 선물’은 국세청 인사에 불만을 품은 모지방국세청 국장에 의해 제기된 것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국세청의 '진흙탕' 내부암투를 드러냈다.

뒤이어 이명박 대통령 측근과 함께 부적절한 골프와 식사 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 청장은 물론 국세청의 도덕성도 큰 치명타를 입었다.

국세청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이번 일이 내부 승진한 현직 국세청장의 세번연속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지면서 국세청이 지켜야할 엄정성과 공정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세수확보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세청의 도덕성 타격은 세수행정의 차질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세청장의 불운은 이전 청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군표 전 총장(재직기간: 2006년 7월~2007년 11월)은 전 전 총장은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으로부터 8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225년 3월~2006년6월)은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프라임 그룹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손영래 전 청장(2001년 9월~2003년 3월)도 썬앤문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추징세액을 감축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안무혁, 성용욱 전 청장도 1987년 대통령 선거 불법 선거자금 모금으로 법정에 섰다. 김영삼 정부 말기 취임한 임채주 전 청장도 1997년 대통령 선거 불법 선거자금 모금으로 법정행이라는 불명예를 당했다.

국세청 사상 첫 호남 출신 청장인 안정남 전 청장은 국세청 개혁에 큰 공을 세우고 2001년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했지만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포탈 등으로 20여일만에 장관직을 내놓으며 불명예 퇴진했다.

최근 국세청장 중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용섭 전 청장을 제외하고는 서울 서초동 검찰에 발을 들여놓거나 스캔들에 휘말리며 ‘불명예 퇴진’한 셈이다.

국세청이 국가정보원, 검찰 및 경찰청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영향력이 막강했던 만큼 아름답지 못한 퇴진도 많았던 것.

국세청장의 이 같은 퇴진은 국세청의 막강한 권한과 전문성, 독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무조사 등 권한이 막강한데도 불구하고 세제행정의 전문성, 특수성 등을 고려, 독립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조직화’가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국세청의 도덕적 불투명성이 제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장들의 잇단 퇴진을 지켜본 국세청 관계자는 “이런 일들이 잇따라 터져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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